현재 운영 중인 국제우주정거장(ISS)의 완성된 모습의 상상도. 원 안은 반물질과 암흑물질의 검출실험을 위해 2007년께 우주정거장에 설치될 ‘알파 자기 스펙트럼’ 장치이며 화살표는 설치 예정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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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만물의 근본 입자를 찾으려는 두 가지 거대실험의 준비작업이 가속화하면서 국내 참여 연구자들의 손길도 바빠지고 있다. 이르면 2007년께 다국적 공동연구팀은 유럽에 지상 최대의 강입자가속기를 세우고 물질의 근본 입자를 찾는 실험에 나서며, 다른 다국적 연구팀도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반물질과 암흑물질의 존재를 탐색하는 최초의 우주 입자검출 실험에 나선다. 국내에선 고려대·경북대·서울대 등 10여개 대학 교수·학생들이 이 연구에 참여 중이다. 편집자 반물질 정체 밝힐 우주검출기 개발중 ‘알파 자기 스펙트럼’ 개발참여
양성자극 양극쪽 휘어짐 관측 우주 공간에서 사상 처음으로 이뤄질 입자 검출 실험에 우리나라의 실험장비도 참여한다. 손동철 경북대 교수(물리학·고에너지연구소장)는 29일 “물질과 반물질의 비율, 그리고 암흑물질의 존재를 우주 공간에서 정밀 측정하는 검출기 ‘알파 자기 스펙트럼’(AMS)의 공동개발에 우리나라 연구진도 참여하고 있다”며 “2007년 미국·독일 등이 주도해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쏘아올릴 검출장치 가운데 우리가 맡은 검출기는 우주선에 실릴 최종모형으로 막바지 제작 중”이라고 밝혔다. 우주 공간의 입자 검출실험은 우주 물질을 대부분 차단하는 지구 대기권의 밖에서 이뤄진다는 점에서, 지상의 자연상태보다 10만배 이상 검출 성공률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반물질과 암흑물질 탐사가 성공하면 우리 우주의 탄생 초기 상태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얻게 된다. 반물질은 보통 양성자에 대응하는 ‘반양성자’처럼 보통 물질과 질량 등은 같지만 전기 성질은 정반대인 물질로서 우주 탄생 초기에 생성돼 우주에 분포돼 있다. 암흑물질은 존재하는 것이 분명하지만 그 정체는 밝혀지지 않아 ‘암흑’으로 불리는 물질이다.
손 교수는 “이미 유럽입자물리연구소가 반물질을 실험실에서 실제 만들어낸 사례도 있어 반물질의 존재는 확실하다”며 “이번에 우주 공간에서는 우주의 자연상태에서 반물질이 얼마나 존재하는지를 밝혀 우주와 물질의 진화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도움을 얻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또 “암흑물질의 주요 후보인 ‘초대칭입자’가 우주에서 발견되면 입자물리학의 표준모형에 엄청난 사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기 성질을 띤 반물질을 검출하려면 우주에서도 강력한 초전도 자석이 필요하다. 양성자와 질량과 에너지는 같은 물질이 음극이 아닌 양극 쪽으로 휘어진다면 반물질의 증거가 된다. 이 때문에 우주정거장 외부에 설치될 검출장비의 상당 부분은 거대한 초전도 자석이 차지한다. 경북대·이화여대가 참여한 국내 연구팀은 현재 검출장치인 방사광검출기를 미국·독일·스위스·대만과 공동 개발하며 초전도 자석의 환경제어 부품 개발에도 참여 중이다. 우주 데이터를 받아 분석하는 지역자료센터도 경북대에 설치되고 있다. 반물질 탐사 프로젝트는 미국 에너지부와 항공우주국(나사)의 지원을 받아 노벨상 수상자 사무엘 팅 박사를 중심으로 결성됐으며 15개국 30여개 대학·연구소 500여명이 참여 중이다. 3m 높이의 이 실험장치는 내년 초 유럽입자물리연구소에서 완성되며 미국에서 최종 시험을 거친 뒤 우주왕복선에 실려 발사된다. 오철우 기자 cheol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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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의 입자’ 힉스 뮤온 검출기로 입증 ‘거대 강입자 가속기’ 건립 참여
우주 탄생때 고에너지 변화실측 ‘지상에서 가장 큰 기계장치’에서 이르면 2007년 말부터 ‘신의 입자’로 불리는 힉스 입자를 검출하는 지상 최대의 입자실험이 벌어진다. 이 실험이 벌어질 ‘거대 강입자가속기’(LHC)의 건립 일정이 2007년으로 다가오면서, 이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 국내 연구자들도 막바지 작업에 나서고 있다. 길이 27㎞의 원형 가속기는 스위스 제네바 부근 마을에 건설되고 있는데, 국내에선 10개 대학이 입자 검출장치의 핵심부품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박성근 고려대 교수(물리학·한국검출기연구소장)는 29일 “1997년 시작된 뮤온 입자 검출장치의 개발이 최근 거의 마무리돼 우리나라 연구팀이 개발한 장비가 한두 달 안에 유럽 가속기에 장착되기 시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부품의 50% 가량이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로 옮겨져 정밀검사를 거친 뒤 보관된 상태다. 올해 말까지는 모든 부품·장비가 유럽의 가속기 건설현장에 건너갈 예정이다. 우리나라가 개발에 참여 중인 뮤온 입자 검출장치는 힉스의 존재를 입증하는 데 중요한 구실을 할 전망이다. 검출기연구소 이경세 박사는 “물질에 질량을 부여하는 힉스 입자의 존재를 실제로 검출하는 것이 이 가속기의 주된 목표”라며 “우리나라 검출장치는 힉스의 중요한 증거가 되는 뮤온 입자를 정밀하게 검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 강입자가속기는 지하 100~150m에 난 길이 27㎞짜리 원형 관 주변에다 길이 15m짜리 초전도 자석 1232개를 설치한 뒤 양쪽에서 쏜 양성자를 빛의 99.99999% 속도로 가속시키다가 일정 지점에서 충돌시키는 장치다. 양성자는 1초에 10개나 충돌한다. 충돌 순간에 양성자 수준에서 엄청난 고에너지가 일어난다. 이 박사는 “이 때 14테라전자볼트(TeV) 규모의 고에너지가 발생하는데 이는 우주 탄생 초기의 고에너지 상태에 근접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후 고에너지가 냉각하며 여러 물질(입자)들이 생성되면서 질량을 얻게 되는데, 이 찰나에 물질에 질량을 부여하며 자신은 뮤온 등으로 에너지 변화를 일으키는 힉스의 존재를 실측할 수 있다는 것이다. 강입자가속기는 1997년 유럽입자물리연구소를 중심으로 국제 공동의 ‘빅 사이언스(거대과학)’ 프로젝트로 제안한 뒤 몇차례 연기돼왔다. 최근 건설이 다시 활발해지면서 재조정된 일정에 따르면 가속기는 2007년 말쯤 가동을 시작해 지금껏 가설과 이론에서만 존재하던 고에너지 입자들의 존재와 비밀을 밝혀낼 것으로 기대된다. 오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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