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5.02.01 17:25
수정 : 2005.02.01 17:25
특수 상대성이론 발표 100돌을 맞는 올해 ‘2005년 세계 물리의 해’를 맞아, 현대 물리학의 출발을 알린 아인슈타인의 과학이론을 풀어보는 김성원 교수의 테마칼럼을 일곱 차례에 걸쳐 격주로 연재합니다.
‘공간+시간=시공간’? 마치 무슨 수학 공식과도 같은 이 관계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개념들 가운데 하나다. ‘시공간’의 상대성은 곧 ‘공간’의 상대성과 ‘시간’의 상대성이 합쳐진 개념이다.
상대적 거리란 떨어져 있는 두 사람, 예컨대 철수와 영희 사이의 거리를 가리킨다. 상대적 속도란 철수와 영희 사이의 상대적 거리가 달라지는 변화율을 뜻한다. 다른 말로, 두 사람의 빠르기 차이, 곧 한 사람의 속도에서 다른 사람의 속도를 뺀 것과도 같다.
상대성이론에서는 이런 상대 속도를 지니고 움직이는 두 사람 사이에 벌어지는 상황을 설정하고 말한다. 서로 다른 상대 속도로 움직이는 두 사람이 바라보는 세상을 설명하자는 것이다. 두 사람은 같은 하나의 세상을 각각 다르게 볼 것이며, 다르게 보는 것들 사이에 있는 관계가 상대성이론이다.
아인슈타인이 특수 상대성이론을 발표한 1905년 이전까지, 과학자들은 공간의 상대성만 인정하고 있었다. 이들이 말하는 공간의 상대성이란 서로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두 사람이 어떤 한 장소에 대해 그 위치를 다르게 측정하게 됨을 뜻한다. 물론 기준점은 같지만, 속도 차이 때문에 두 사람의 공간에 대한 개념은 상대적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비행기를 탄 사람과 걸어가는 사람에게 남산~시청의 거리는 속도 차이로 의한 이동거리 만큼 분명히 달라 보인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여기에 시간의 상대성까지 도입한 것이다. 공간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시간까지도 서로 다르게 움직이는 두 사람에게는 상대적인 양으로 간주했던 것이다. 예를 들어 다른 속도로 움직이는 두 사람이 측정하는 1초의 길이는 미세하게 다르다. 어떤 사람이 1초라고 측정한 동안에 다른 사람에게 그 같은 시간은 1초보다 길어지거나 짧게 측정된다. 일반적으로 그 차이는 극히 작지만 두 사람 사이의 상대 속도가 클수록 그 효과는 크다. 만일, 빛 속도의 60% 빠르기로 로켓을 타고 날아가는 사람이 0.8초마다 정보를 보내면 지구에 있는 사람은 그 정보를 1초마다 받게 된다.
따라서 시간마저도 상대적인 양이 돼버린 상대성이론에서는 공간과 시간이 서로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함께 뒤섞여 구별하기는 불가능해진다. 그래서 3차원 공간에다 시간의 차원을 묶은 4차원의 ‘시공간’(spacetime)이라는 개념이 도입되었다.
공간에서 위치를 지정할 때에는 앞뒤, 왼쪽과 오른쪽, 위아래의 세 방향에서 위치에 대한 3개의 정보가 필요하다. 그리고 시간에서의 위치에 대한 정보는 시각이다. 친구와 약속할 때에 분명히 “내일 10시에 마포 ㄱ빌딩 커피숍에서 만나자”고 시각과 장소를 지칭하는 시공간의 특정 지점을 정해야 한다. 우리는 이처럼 4차원의 시공간에 살고 있다. 특수 상대론 이전까지는 물체라는 배우가 운동이라는 연극을 공연하는 과학의 무대가 ‘공간’이었다면, 아인슈타인 이후에 그 공연무대는 ‘시공간’으로 바뀌었다고 하겠다.
김성원 이화여대 교수·과학교육과
sungwon@ew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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