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
[사설] ‘채동욱 찍어내기’에 국정원까지 개입했나 |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자로 지목된 채아무개군의 개인정보 불법유출 사건에 국가정보원이 관련된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국정원은 송아무개 정보관(IO)이 채 전 총장 혼외자 소문을 듣고 개인적 차원에서 문의한 것으로 문제될 게 없다는 태도다. 도대체 언제까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답답할 뿐이다.
먼저 국정원 직원이 채군의 개인정보를 강남교육지원청 교육장에게 문의한 것 자체부터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정원은 채 전 총장 혼외자 소문이 사실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는데 이런 일이 국정원의 고유 업무라고 할 수 있는가. 국정원 직원이 ‘개인적으로 문의’한 것이라는 국정원 해명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 정부는 사고만 터지면 ‘개인적 일탈’ 운운하며 꼬리 자르기에 나서는데, 국정원 정보관이라는 공식 직책을 가지고 있는 직원의 활동이 어떻게 개인적인 행위가 될 수 있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검찰은 국정원 직원의 이런 활동이 적법한 행위인지부터 철저히 가려야 한다. 만약 직무범위를 벗어난 행위라면 직권남용 여지는 없는지 등을 면밀히 따져 응분의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국정원 직원이 혼외자 소문 사실 여부를 문의했다는 지난해 6월이라는 시점도 공교롭다. 이미 검찰 수사로 드러났듯이 조오영 전 청와대 행정관은 지난해 6월 조이제 서초구청 행정지원국장에게 채군의 개인정보 확인을 요청했다. 비슷한 시기에 국정원도 강남교육지원청에 이를 문의한 것인데, 이는 청와대와 국정원이 ‘동일한 목적’을 가지고 채군의 개인정보 확인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동일한 목적’이란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에 박차를 가하던 채 전 총장 찍어내기임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검찰은 청와대와 국정원이 별개로 채군의 개인정보 확인에 나선 것인지, 아니면 두 기관이 윗선의 지시를 받고 공모해서 행동한 것인지 등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
채군의 개인정보 불법유출 사건은 ‘채 총장 찍어내기’ 공작의 배후가 누구인지를 밝히는 데 핵심적인 사안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조 전 청와대 행정관의 거짓말에 끌려다니면서 수사는 제자리를 맴돌고 있다. 이런 마당에 국정원 직원 연루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검찰은 살아있는 최대 권력기관인 청와대와 국정원을 상대로 버거운 수사를 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자칫 ‘채동욱 찍어내기 사건’ 자체가 미궁에 빠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검찰은 국민이 눈을 부릅뜬 채 지켜보고 있다는 걸 명심하고 사건 전모를 밝히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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