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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3.06 20:35 수정 : 2014.03.09 10:48

정용건 국민연금바로세우기국민행동 집행위원장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기초연금법,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장애인연금법 개악 반대 기자회견’에서 정부와 새누리당을 비판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복지 3법’ 살펴보니
3인 가구 중위소득 313만원
세 모녀 월소득 150만원이지만
개별급여 지급 기준 따르면
‘생계’ ‘의료’ ‘주거’ 모두 못받아

수급대상 늘리되 혜택 쪼개는
‘기초생활법’ 정부개편안 개악 논란
‘기초연금법’ ‘장애인연금법’도
박대통령 공약과 달라

여야가 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열어 기초생활보장법·장애인연금법 개정안과 기초연금법 제정안 등 이른바 ‘복지 3법’ 논의에 들어갔다. 2월 국회에서 쟁점에 대한 이견으로 처리가 무산된 법안들이 긴박하게 상임위 테이블에 올라간 데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이 크다. 박 대통령은 서울 송파구 ‘세 모녀 자살사건’을 계기로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조속한 처리를 당부”했다. 문제는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세 모녀’와 같은 복지 사각지대가 해소될 수 있느냐다. 복지 관련 전문가와 시민단체들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 ‘개악 논란’ 부른 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 정부가 유재중 새누리당 의원을 내세워 의원입법으로 들이민 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안은 한마디로 ‘수급 대상자는 늘리되, 혜택은 쪼개는 것’이다. 현재 기초생활수급 대상자를 선정할 때 기준으로 삼는 최저생계비(올해 3인가족 월 132만9118원)를 폐지하는 대신 중위소득을 새로운 기준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중위소득은 전체 가구를 소득에 따라 줄 세웠을 때 정확히 가운데에 해당하는 가구의 소득을 말한다. 이번 제도 변경의 또다른 특징은 지금은 기초생활 수급자로 선정되면 모든 혜택을 주는 ‘일괄급여’에서 △생계(중위소득의 30% 이하인 가구) △주거(43% 이하) △의료(40% 이하) 등으로 급여체계를 나눠 이에 해당하는 이에게만 수급비를 지급하는 ‘개별급여’ 방식으로 바꾸는 것이다.

문제는 최저생계비를 대체하는 중위소득의 개념이 모호해 정부 재정상황에 따라 대상자 선정이 왔다갔다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위소득은 경제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진영 서강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중위소득같이 모호한 개념을 도입해 빈곤층들이 정부의 선의에 기대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보건복지부는 생계급여 대상이 ‘중위소득의 30%’라고 했으나 막상 법안에서는 “일정 비율”이라고만 해놓고 구체 기준은 시행령에 위임했다. 법률과는 달리 시행령은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만 통과하면 효력이 발생한다. 지난 2월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야당 의원들은 법에 구체적 비율을 명시할 것을 요구했으나 새누리당과 복지부가 반대해 법안 처리가 무산됐다. ‘국민기초생활보장지키기 연석회의’는 “(복지 대상자를 위한) 맞춤형 개별급여가 아니라 예산 맞춤형 개별급여”라고 비판했다.

현재 수급자 가운데 정부에서 받는 급여 액수가 깎이는 이가 나오는 것도 논란거리다. 제도가 정부 목표대로 10월에 시행되면, 수급자 수는 지난해보다 37만명 늘어난 176만명이 될 것으로 복지부는 내다봤다. 하지만 개별급여로 전환되면서 기존 수급자 가운데 29만명은 법 개정 전보다 적은 금액을 받거나 수급자격을 잃게 된다. 정부는 이들을 위해 기존과 동일한 금액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한시 대책에 불과하다.

송파구의 세 모녀가 살아 있었다면 박근혜 대통령 말대로 복지혜택을 받을 수 있을까? 복지부가 지난해 9월 가계금융 복지조사를 토대로 사회보장위원회에 보고한 자료를 보면, 2013년 3인 가구의 중위소득 추정치는 313만원이었다. 세 모녀의 소득은 엄마가 식당일을 해서 번 150만여원이 전부였다. 그럼에도 이는 생계급여 대상인 중위소득 30%(93만9000원)는 물론 의료급여 대상인 중위소득 40%(125만2000원)가 되기엔 ‘너무’ 많다. 그나마 범위가 넓은 주거급여 대상 액수(중위소득 43%·134만5900원)도 훌쩍 뛰어넘는다. 결국 박 대통령의 바람과는 달리 세 모녀는 개별급여 제도로 바뀐 뒤에도 기초생활수급제도의 그물망에서는 빠져나가게 되는 셈이다.

■ 국민연금 연계한 기초연금이 최대 쟁점 올해 7월 시행을 목표로 정부가 추진해온 기초연금법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파기 논란과 함께 국민연금 장기가입자에게 불이익한 제도라는 점이 떠오르면서 가장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현행 기초노령연금법은 65살 이상 노인 가운데 소득 하위 70%에게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소득의 5%인 약 1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이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면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10%(현재가치 약 20만원)로 인상된다. 하지만 개정안대로라면, 국민연금에 가입한 적이 없거나 짧을 경우 최대 20만원을 받을 수 있는 반면,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10년 이상 되는 장기가입자는 되레 기초연금액이 줄어 10만원을 받게 된다. 당연히 국민연금 성실가입자와 가입기간이 길 것으로 예상되는 ‘미래의 노인’ 청장년층의 반발로 이어졌다.

장애인연금법 개정안도 공약 폐기 논란에 휩싸였다. 현행 장애인연금법은 18살 이상 소득 하위 63%의 중증 장애인에게 매달 10만원가량의 기초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개정안은 소득기준을 70%로 조금 올리고 매달 20만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문제는 대선 때 “모든 중증 장애인에게 2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보다 대상자가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남병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실장은 “박 대통령은 장애인연금 수급 대상을 축소해 공약을 파기했을 뿐 아니라 장애등급제 폐지 공약도 깼다. 장애등급을 없애면 지급 대상이 늘어 재정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공약을 지키지 않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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