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11.15 20:33
수정 : 2013.11.16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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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발표 ‘초본-수정본 차이’ 보니
노 전대통령 “NLL 해결” 발언
녹음엔 “NLL 치유”로 돼 있어
국정원서 원래대로 바로잡아
“NLL 포기”는 김정일 발언 확인
대부분 호칭·말투 수정에 그쳐
새누리당과 보수언론 등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엔엘엘(NLL·북방한계선)이 문제가 될까봐 남북정상회담 대화록을 의도적으로 고쳤다’고 주장해 왔지만, 대화록 초본과 수정본, 국가정보원이 수정본을 토대로 작성한 국정원본 등 세가지 대화록 사이에 차이가 거의 없는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밝혀졌다. 노 전 대통령의 지시로 고쳐졌다고 알려진 부분은 오히려 국정원이 녹음파일을 듣고 원래 대화에 맞게 바로잡은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부장 김광수)는 15일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폐기 의혹 관련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초본과 수정본 사이에 일부 다른 점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으나, 두 대화록은 내용상 본질적인 차이가 없고, 잘못된 단어나 호칭·말투 따위를 수정한 것이 대부분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삭제된 대화록 초본에는 노 대통령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대화하며 “내가 임기 동안에 엔엘엘 문제를 다 해결하게…”라고 말한 것으로 돼 있는데, 수정본에는 “내가 임기 동안에 엔엘엘 문제는 다 치유가 됩니다”라고 고쳐져 있다. 검찰 관계자는 “논란이 돼서 이 부분을 확인해 봤는데, ‘해결’이라는 표현을 ‘치유’로 바꾼 것은 국정원이 실제 녹음 내용에 따라 수정한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 ‘해결’을 ‘치유’로 수정한 것을 문제삼았지만, 노 대통령이 회담 당시 ‘치유’라고 말한 것이다.
대화록 초본과 수정본 사이에 단어나 명칭 등의 사소한 차이는 여러 군데 발견됐다. 초본에는 김정일 위원장이 “박정희 대통령이 자조라는 구호가 나오지 않았소?”라고 말한 것으로 기록돼 있으나, 수정본에서는 “박정희 대통령이 자주라는 구호가 나오지 않았소?”로 수정했다. ‘자조’를 ‘자주’로 바로잡은 것이다. 또 초본에 나와 있는 노 전 대통령의 발언(“위원장님께서 결단을 하셔야 됩니다”)에서 ‘님’자를 빼기도 했다.
‘저’라는 표현을 ‘나’로 바꾼 것은 노 대통령의 발언뿐 아니라 김정일 위원장의 발언에도 적용됐다. 김 위원장은 “저의 견해는 무엇보다도”라고 했는데, 수정본에는 “나의 견해는 무엇보다도”로 바뀌었다. 검찰 관계자는 “명칭은 100여군데 차이 나는 부분이 있고, 화자가 (초본에 잘못 기록돼) 바뀐 부분은 3군데 있다”고 말했다.
대화록 초본은 98쪽, 수정본은 103쪽 분량이다. 검찰은 수정·보완을 거치는 과정에서 분량이 늘어났을 것으로 봤다.
또한 수정본과 이를 토대로 만든 국정원본 사이에는 분량과 내용상 차이가 거의 없는 것으로 검찰은 확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국정원 보관 대화록과 수정 대화록은 조사 몇개를 제외하고 0.0001%밖에 차이가 안 난다”고 말했다.
이처럼 내용에서 차이가 없는데도, 검찰은 수사 중간단계에서 ‘초본과 수정본 사이에 유의미한 차이가 있다’고 밝혀 의혹을 키웠다. 이진한(50) 서울중앙지검 2차장은 지난 10월2일 대화록 폐기 의혹에 대한 중간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크게 보면 별 차이 없지만 (초본과 수정본 사이에) 의미있는 차이는 있다”고 말했다. 당시는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시키는 문제를 두고 진영 보건복지부 장관이 사퇴하는 등 파문이 일던 시기였는데, 이런 검찰 발표로 인해 정부에 부담이 되던 기초연금 문제는 잦아들었다.
이 차장은 이날 “(중간 수사발표 때 한 발언에 대해) 오해를 하셨나 본데, 당시에도 내용에 큰 차이가 없다고 단서를 뒀다”며 “(차이가 있다는 부분은) 설명하기가 좀 그렇다”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xingx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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