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12.01 19:55
수정 : 2013.12.03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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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15일 오전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공청회에 참가한 농민들이 협정에 반대하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고 항의하자 행사 주최 쪽 인사들이 이를 저지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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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외교’ 어디로
정부 “중국과 관계도 중요하지만
방공구역 확장 대응 안할 수 없어”
전문가들 “지역안정 깰 수도” 우려
TPP참여엔 “중국과 사전협의해야”
“중 잃는다면 불리한 입장 놓일 것”
정부가 이번주 중 이어도 상공 등을 포함한 새로운 방공식별구역(KADIZ·이하 방공구역)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관심 표명’ 입장을 밝혀 사실상 협상에 참가하기로 공식 발표했다. 이 두 사안은 서로 성격이 다르지만, 시기가 겹친데다 둘 다 중국과 관련돼 있어 한국의 동북아시아 외교 전략상 비상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청와대는 1일 오후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보정책조정회의를 열어 새 방공구역 설정 문제를 집중 논의했다. 청와대는 이날 회의에서 방공구역 설정을 둘러싼 국방부와 외교부의 의견차를 조율했으며, 조 바이든 미국 부통령의 주중 방한에 앞서 2일부터 미국 쪽과 물밑 접촉에 나설 예정이다. 새 방공구역은 당정 협의를 거쳐 최종적으로 이번주 안에 발표될 가능성이 높다. 중국이 지난 28일 한-중 국방차관급 전략대화에서 이 문제에 대한 협의를 거부해, 무작정 팔짱만 끼고 있을 수 없다는 게 청와대나 국방부의 태도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중국이 먼저 우리 방공구역을 침범했기 때문에 우리도 국가이익에 따라 새 방공구역을 발표하는 것이다. 영공은 말할 필요가 없고 이어도도 실질적으로 우리가 관할하기 때문에 이를 포함한 비행정보구역(FIR)과 방공구역을 일치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조태영 외교부 대변인도 “중국과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우리의 소요(필요), 국가이익에 따라가는 것”이라고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일방적 방공구역 선포와 이에 대응한 우리의 방공구역 확대가 지역 안정을 깨뜨릴 수도 있다고 진단했다. 윤덕민 국립외교원장은 “우리만 가만있을 수 없지만, 결국 이런 대응이 한-중-일 세 나라 사이에 악순환될 수 있다. 당사자 간 협의를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이 문제를 처음 제기한 중국이 긍정적 역할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장희 한국외대 교수는 원인을 미국의 동북아 정책에서 찾았다. 그는 “한국과 일본의 방공구역은 애초에 미국이 그은 것이다. 이번에도 미국이 일본을 ‘동북아 대리인’으로 내세우는 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졌다”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 10월 일본과 한 회담에서 집단 자위권을 일본의 보편적 권리로 인정한 바 있다. 이 교수는 북한, 일본과 관계가 나쁜 한국이 방공구역 문제로 중국과도 멀어지지 않을까 우려했다.
방공구역 문제가 동북아에서 새로운 대결의 시작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방공구역 문제가 동북아 세 나라의 국가주의를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종대 <디펜스21플러스> 편집장은 “이어도는 영토가 아닌데도 방공구역이 마치 영토 문제처럼 여겨지고 있어 협상이 몹시 어렵게 됐다”며 “중국이 방공구역을 발표해 일본뿐 아니라, 한국·미국까지 끌어들인 것은 외교적 실수”라고 짚었다.
티피피 참여 문제 역시 최대 무역국인 중국과의 관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장희 교수는 “티피피는 중국 입장에선 미국이 주변국들을 앞세우는 일로 볼 수 있다. 한국의 참가 선언이 갑작스러운데, 중국과 사전에 조율할 필요가 있다. 외교적으로 친구가 부족한 한국이 중국마저 잃는다면 동북아에서 갈등이 벌어질 때마다 불리한 입장에 놓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정부는 시기상 티피피 참여 의사를 밝히는 일이 불가피했고, 중국과의 관계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윤덕민 외교원장은 “우리가 중국이나 일본과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고려하고 있는 상황인데, 자유무역 확대 결정을 하면서까지 중국을 너무 의식하지 말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도 “티피피 협상 참여 선언이 오히려 중국과 진행중인 자유무역협정 협상에 속도를 내게 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규원 김수헌 석진환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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