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의 ‘무결점 연기’도 안방 텃세 못넘었다

김연아가 20일(현지시각) 러시아 소치 아이스베르크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올림픽 피겨 여자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아디오스 노니노’에 맞춰 열연하고 있다. 소치/연합뉴스

[소치 2014] 김연아-소트니코바 프리점수 분석
소트니코바 점프착지 실수에도
기술 기본점수 높아 감점 만회

김연아 강점은 아름다운 연기
실수 없이 깨끗하게 끝냈지만
예술점수 불과 0.09점 많았고
가산점수는 2점이나 적어
외신 “판정 공정성 논란” 보도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세계 무대에서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아델리나 소트니코바(18)가 피겨스케이팅 여자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김연아(24)를 0.28점 차이로 쫓고 있는 터였다. 실수 없는 클린 연기를 펼쳤지만 기술점수에 붙는 가산점이 안방 선수에게 후했다. 프리스케이팅 경기에서 둘은 무난한 연기를 선보였으나 김연아로서는 승리를 장담할 수가 없었다.

21일(한국시각) 소치올림픽 피겨 여자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소트니코바는 세밀함은 부족했지만 18살 나이답게 힘이 넘쳤다. 초반 점프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3연속 점프의 마지막인 더블 루프에서 두 발로 착지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클린 연기’는 아니었다.

마지막 순서였던 김연아는 유려한 연기를 펼쳤다. 트리플 러츠 점프에서 착지가 약간 불안했지만 균형을 잃진 않았다. 나머지 점프에서도 실수가 없었다. 사실상 무결점 연기였다.

그러나 결과는 소트니코바의 승리였다. 소트니코바는 기술점수에서 무려 75.54점을 얻어 69.69점에 그친 김연아를 압도했다. 점프 실수로 0.90점을 잃었지만 높은 기본점수가 감점을 만회했다. 트리플 플립-더블 토루프-더블 루프로 구성된 소트니코바의 3연속 점프는 김연아보다 난도가 높았다.

더블 악셀-더블 토루프-더블 루프로 구성한 김연아보다 회전수의 총합에서도 0.5바퀴 더 많았다. 기본점수(9.24)가 높았기 때문에 점프 실수로 0.90점을 깎였어도 8.34점을 기록해, 김연아의 3연속 점프 점수(7.83)를 능가했다. 더블 악셀(2.5회전)로 시작해 트리플 토루프(3회전)로 마무리 지은 소트니코바의 2연속 점프도 ‘승부수’였다. 트리플 살코(3회전)로 시작해 더블 토루프(2회전)로 끝낸 김연아보다 회전이 반바퀴 많고 기본점도 2.64점이나 높았다. 후반부에 배치돼 기본점에 가산점까지 붙은 상황이었다. 잃을 것도 지킬 것도 없는 ‘도전자’ 소트니코바는 공격적으로 연기를 구성했고 이렇게 받은 기본점수(61.43)는 김연아의 57.49보다 3.94점 더 높았다.

김연아가 기본점수의 열세를 만회하려면 수행점수(가산점)와 예술점수를 더 많이 받아야 했지만 심판들은 호의적이지 않았다. 소트니코바는 14.11점의 수행점수를 얻어, 12.20점을 받은 김연아를 오히려 앞섰다.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연기력은 여전했지만 김연아가 받은 예술점수는 소트니코바보다 겨우 0.09점 많은 74.50점이었다. 전세를 뒤집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김연아의 2연패가 좌절된 뒤 이번 판정의 공정성은 국제적인 논쟁거리가 됐다. 미국 일간지 <시카고 트리뷴>은 “소트니코바가 심판 판정 덕에 러시아 선수로는 최초로 여자 피겨 금메달리스트가 됐다. 이는 피겨스케이팅 사상 가장 의문스러운 판정”이라고 보도했다. <아에프페>(AFP)는 ‘소트니코바가 김연아를 상대로 논란이 많은 금메달을 차지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소트니코바는 더블 루프를 뛰면서 착지에 실수가 있었지만 김연아와 동메달리스트 카롤리나 코스트너는 실수가 없는 연기를 펼쳤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김연아가 근소한 리드를 안고 프리스케이팅 연기에 들어가 흠잡을 데 없이 연기했지만 그의 프로그램은 소트니코바를 몰아내기에는 충분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1990년대 피겨 남자싱글 세계대회 우승자인 캐나다의 엘비스 스토이코는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소트니코바는 준비가 된 선수였던 반면 김연아는 그를 뛰어넘을 정도로 기술점수를 받기에는 다소 부족했다. 트리플 점프의 횟수도 소트니코바가 더 많았다. 판정은 공정했다”고 주장했다.

김태규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