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5.12 19:48
수정 : 2006.05.12 23:48
“DNA 시료 나눠 검사” 등 구체지시 드러나
‘줄기세포 섞어심기’는 김선종 단독 범행
검찰 최종수사 발표…황 전교수 28억 횡령
황우석 전 서울대 교수는 2005년 <사이언스> 논문뿐 아니라 2004년 논문도 주도적으로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환자맞춤형 배아줄기세포는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았으며, 2·3번 줄기세포는 김선종 연구원이 혼자 미즈메디병원 줄기세포를 ‘섞어심기’(<한겨레> 2월7일치 1면)해 만든 것으로 결론났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홍만표)은 12일 이런 내용의 수사결과를 발표한 뒤, 정부와 민간 후원단체 등에서 제공한 연구비 28억원을 빼돌리고 난자를 불법 매입한 혐의로 황 전 교수를 불구속 기소했다.
환자맞춤형 줄기세포 존재했나?=검찰 수사의 제1초점은 환자맞춤형 줄기세포의 존재 여부였다. 지난 1월 발표된 서울대 조사위원회 조사결과에서도 2005년 논문의 줄기세포의 실체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날 검찰은 “환자맞춤형 줄기세포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고, 지금도 없다”고 결론내렸다. 검찰은 김 연구원이 서울대 줄기세포가 잘 자라지 않자 미즈메디병원에서 수정란 줄기세포를 가져다 섞어심은 사실을 밝혀냈다. 김 연구원은 황 전 교수의 신뢰를 얻기 위해 충동적으로 조작을 저질렀다고 검찰은 밝혔다.
2004년 디엔에이 지문 조작은 누가 했나?=서울대 조사위는 2004년 논문에서 디엔에이 지문 등 데이터 조작 사실을 밝혀냈지만, 구체적 경위 조사는 검찰 몫으로 넘겼다. 검찰에서는 황 전 교수가 난자 제공자 체세포 디엔에이 시료를 둘로 나눠 검사를 맡기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하는 등 논문 조작을 주도한 사실을 새로 밝혀냈다. 황 전 교수는 줄기세포 1번 사진을 제럴드 섀튼 미국 피츠버그대 교수에게 전하기 위해 박종혁 연구원에게 “다른 줄기세포 사진이라도 보내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황 전 교수는 줄기세포가 없다는 사실을 언제 알았나?=황 전 교수가 줄기세포가 가짜임을 언제 알았는지도 핵심 의혹의 하나다. 검찰은 거짓말탐지기까지 동원해 심문했지만 황 전 교수가 줄기세포 섞어심기는 공모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18일 <와이티엔>을 통한 줄기세포 디엔에이 지문 분석 결과를 받아보고 나서야 바꿔치기를 알았다”는 황 전 교수의 주장에 대해, 검찰은 김선종 연구원 및 박종혁 연구원과의 통화 등을 근거로 그가 지난해 10월 중하순께 이미 2·3번 줄기세포가 가짜임을 의심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논문조작은 형사처벌 않기로=검찰은 황 전 교수의 논문조작 행위는 “전례가 없을 뿐 아니라 학문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며 형사처벌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황 전 교수가 환자맞춤형 줄기세포의 실용화 가능성 등을 부풀린 것에 대해 사기(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김선종 연구원에게는 업무방해와 증거인멸 교사 혐의를 적용했다. 황 전 교수의 최측근이었던 서울대 강성근·이병천 교수와 한양대 윤현수 교수도 각각 수천만원에서 수억원대의 연구비를 빼낸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이근영 이순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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