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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6.01.10 19:26 수정 : 2006.01.17 03:10

서울대 조사위원회 정명희 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신림동 서울대 문화관 중강당에서 수많은 국내외 취재진에 둘러싸인 채 황우석 교수의 <사이언스> 논문 등 의혹에 대한 최종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임종진 기자 stepano@hani.co.kr

서울대 조사위 최종발표 보니…


정명희 서울대 조사위원회 위원장은 10일 기자회견에서 “바꿔치기라는 말을 이해하기 어렵다. 줄기세포가 있었다는 증거가 없는데 어떻게 바꿔치기하냐”고 말했다. 그는 “황 교수팀이 2004년 논문을 줄기세포로 조작하는 데 신경을 쓰느라 처녀생식에 의한 배아임을 알아보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한마디로 연구팀이 애초부터 조작하기로 ‘작정’을 하고 논문을 쓰기 시작했다는 뜻으로 보였다.

강성근·김선종·권대기씨 ‘조작’ 처음부터 안듯
황교수팀 ‘처녀생식 배아’ 확인노력도 안해
공동저자 박기영 보좌관 역할은 ‘기여 없음’

2005년 논문 조작 기법과 주역들=누가 왜 어떻게 조작에 간여했을까? 조사위가 수사기관이 아닌 이상 논문 조작의 주역을 밝히는 일은 검찰이 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조사위의 ‘황우석 교수 연구의혹 관련 조사결과 보고서’를 통해 누가 어떻게 조작을 했는지 대략 그림을 그려볼 수는 있다.

보고서를 보면, 논문의 줄기세포 면역염색 사진의 경우 황 교수 지시에 따라 김선종 연구원이 2, 3번 세포주로 여러 장을 찍어 4~11번 사진을 만들었다. 황 교수는 강성근 서울대 수의대 교수에게 파일로 주고 강 교수는 이를 자료로 만들어 제럴드 섀튼 미국 피츠버그대 교수에게 전달했다. 황 교수는 또 배아체 사진을 미즈메디병원에 보관 중이던 수정란 줄기세포 사진으로 조작하도록 김 연구원에게 지시했다. 디엔에이 지문 분석은 3차례에 걸쳐 했음에도 모두 권대기 연구원이 환자 체세포를 둘로 나눠 조작한 시료를 김 연구원에게 전달했다. 김 연구원은 디엔에이를 추출해 전남 장성의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서부분소에 분석을 맡겼다. 또 권 연구원은 강 교수 지시로 체세포만으로 만든 시료를 김 연구원에게 전달하고, 김 연구원은 이를 안규리 서울대 교수에게 보냈다.

2005년 사이언스 논문 조작 흐름


적어도 황 교수와 강 교수, 김 연구원, 권 연구원은 논문이 조작되고 있음을 애초부터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대부분의 조작은 연구책임자인 황 교수의 지시에 따라 이뤄졌다.


2004년 논문 조작 기법과 주역들=서울대 조사위는 “2004년 논문의 1번 줄기세포가 처녀생식에 의한 산물인지는 본인들도 몰랐던 것 같다. 이를 밝힌 것은 조사위의 성과다”라고 밝혔다. 황 교수팀이 1번을 줄기세포로 본 것은 논문 조작을 신경쓰느라 생긴 ‘실수’라는 것이다. 그러나 1번 줄기세포가 생성됐을 당시 강 교수가 “처녀생식”이라고 판정을 내렸다가 이틀 뒤 “체세포 복제 배아”라고 번복했다고 황 교수팀 관련자들이 증언한 바 있다. 조사위의 해석에 의문을 품게 하는 대목이다.

조사위는 2004년 논문이 애초 2003년 5월 류영준 연구원이 초고를 작성해 강 교수가 완성한 뒤 <네이처>에 제출됐다 게재 불가 연락을 받고 한달 뒤 <사이언스>에 투고됐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 논문에 줄기세포 염색사진 대신 미즈메디병원 수정란 줄기세포 사진이 실렸다. 1번 줄기세포주의 디엔에이 지문은 체세포 주인이 아닌 다른 사람의 디엔에이 지문과 일치하는 것으로 조작돼 보고됐다. 줄기세포 배양과 사진 촬영, 디엔에이 지문 분석 등을 도맡아 한 것은 박종혁 연구원이었다. 그는 최근까지도 “사진 중복은 실수였으며, 디엔에이 지문의 일치는 2004년 9월까지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공저자들 조작 몰랐나?=2004년 논문 공동저자는 15명, 2005년은 25명에 이른다. 이들이 논문 조작에 가담했는지, 조작을 사전에 알았는지는 서울대 조사위 보고서에 언급돼 있지 않다. 다만,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은 병원 소속 연구원들이 논문 조작에 직접 가담한데다 황 교수팀 연구원 난자를 직접 채취하는 등 연구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음이 드러났다. 윤현수 한양대 교수도 테라토마 작업을 직접 하는 등 핵심 연구에 관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위는 공저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2005년의 경우 황 교수와 강 교수, 섀튼 교수 외에 논문 작성 내용, 심사, 출판 경위에 대해 모른다고 밝혔지만,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 조작을 모두 몰랐을지는 의문이다. ‘기여 없음’이라고 돼 있는데도 공저자로 오른 2004년의 박기영 현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 2005년 박예수 한양대 교수 등 5명의 역할도 규명돼야 할 부분이다.

이근영 기자 ky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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