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6.01.12 19:25
수정 : 2006.01.17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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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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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황우석 교수님으로부터 참석해 달라는 전화를 받고 왔어요.”
12일 황우석 전 서울대 석좌교수의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장에서 만난 휠체어 장애인 정하균씨는 황 교수를 변함없이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황 교수로부터) 검찰 수사에서 반전의 기회가 있을 거라고 들었다”며 기자에게 귀띔까지 해줬다.
지난해 11월 줄기세포 의혹이 불거진 뒤로 황 교수는 3번이나 공식 기자회견을 얼어 국민 앞에 머리를 숙였다. 그러나 황 교수의 사과는 늘 번복과 변명의 연속이었다.
첫번째 회견 때 연구원이 난자를 제공한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울대 조사위원회의 조사에서 황 교수는 동의서도 받고, 채취 현장에 직접 동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두번째 회견에서는 “맞춤형 줄기세포를 개발했지만 ‘인위적 실수’로 성과를 퇴색시켰다”고 한발 뺐다. 그러나 결국 ‘원천기술’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체세포 복제 줄기세포가 없다는 것을 시인한 이날 기자회견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용서를 빕니다”로 시작하는 발표문 내용은 사죄보다는 미즈메디병원 쪽에 책임 떠넘기기에 더 힘이 실려 있었다. ‘무균 돼지’를 들고 나와 분홍빛 기대감까지 부채질했다. 원천기술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국민을 볼모로 시간 끌기를 하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질 않았다.
황 교수가 진정으로 진실을 밝힐 마음이었다면 처음부터 사실을 털어놓았어야 한다. 몇 번씩이나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기술’이라고 강조하며 애국심에 호소하고, 기자회견장에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검찰 수사의 반전을 위한 ‘물타기’가 아니라 진실이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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