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랐다며 녹취록 흘린 의도 의심스러워"
황우석 서울대 수의대 교수가 유영준 전 줄기세포팀장의 인공수정(IVF) 실험을 지도교수 자격으로 감독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황 교수는 다른 연구원과 통화에서 `유 전 팀장의 IVF 실험에 대해 전혀 몰랐다'는 취지로 얘기하며 통화 내용을 녹음한 뒤 일부 언론사에 녹취록을 제공한 바 있다. 18일 서울대에 따르면 유 전 팀장은 `치료목적으로 적출된 인간 난소로부터 회수한 미성숙 난자의 인공수정 및 체세포 핵이식에 활용'이라는 논문을 황 교수의 지도로 제출해 재작년 2월 수의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 논문에는 제목에 IVF라는 단어가 명시돼 있을 뿐 아니라 IVF 실험을 실시한 실험 조건, 방법, 결과, 사용 난자 개수 등이 상세하게 기재돼 있으며 이 중 배반포 단계 배양이 성공한 사례도 실려 있다. 논문에는 정자 및 난자 제공 등은 모두 한양대병원 기관윤리위원회의 심사를 거쳤다고 적혀 있다. 이는 지도교수로 실험 및 논문 작성 과정을 감독한 황 교수가 유 전 팀장의 IVF 실험 사실에 대해 잘 알고 있었음을 뜻하는 것이다.그러나 황 교수측이 13일 일부 언론사에 전달했던 녹취록에 따르면 황 교수는 지난달 26일 박종혁 미 피츠버그대 연구원과 통화하면서 유 전 팀장의 IVF 실험 사실에 대해 전혀 모르는 것처럼 대화를 나눴다. 통화 당시 박 연구원은 관련 질문에 대해 "그런 얘기가 있다고 박을순 연구원이 그러던데 나는 잘 모른다"는 취지로 계속 답했으나 황 교수는 집요하게 이 문제를 물고 늘어지며 10차례 이상 질문이나 요청 형식으로 이 문제를 언급했다. 서울대 조사위 관계자는 "유영준 연구원이 IVF 실험을 한 적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실험시기와 DNA검사 결과를 볼 때 이는 2004년 사이언스 논문이나 체세포 복제 배아줄기세포의 진위와 전혀 무관함이 명백하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IVF 실험 사실이 석사논문에 실려 있는데 지도교수인 황 교수가 이를 몰랐다고 주장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다른 조사위원 역시 "황 교수팀 수의대 실험실에서 확보한 실험 기록을 검토한 결과 사실관계가 확인됐다"며 "사용된 정자가 유 연구원의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황 교수는 자신에게 호의적인 일부 언론에 녹취록을 흘림으로써 `최초 제보자'로 알려진 유 연구원에게 의혹을 뒤집어 씌우고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화섭 기자 solatido@yna.co.kr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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