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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4.03 02:02 수정 : 2014.04.07 09:11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3월22일 청와대에서 남재준 국정원장에게 임명장을 준 뒤 함께 사진을 찍기에 앞서 이야기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2급전결’ 사안 보고 가능성 커
몰랐다면 조직 관리 방치한 셈
박 대통령 ‘규명 뒤 조처’ 언급
20여일 넘도록 공식반응 없어
청와대 “지금 교체하면 혼란”
현실론 앞세워 경질론 선그어

국가정보원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의 증거 조작에서 조직적으로 개입한 사실이 검찰 수사로 드러나면서, ‘실체적 진실 규명과 이에 따른 문책’을 강조해온 박근혜 대통령의 선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수사를 책임지는 검찰은 결과에 따라 책임자만 기소하면 되겠지만, 국정을 책임지는 대통령은 임기 중 벌어진 국가정보기관의 심각한 국기문란 사건에 대해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수습책을 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재발 방지 대책이나 국정원 구조개혁 등 후속 대책보다 시급한 건 ‘남재준 국정원장 책임론’이다. 증거 조작을 지시한 국정원의 전문 전결권자가 국정원 대공수사국장(2급)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조직의 책임자인 남 원장도 조작 여부를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커졌다. 몰랐다고 ‘발뺌’하더라도 최소한 감독·관리를 소홀히 한 채 증거 조작을 방치했다는 책임은 피하기 어렵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10일 증거 조작에 개입했던 국정원 핵심 협조자 김아무개씨가 자살을 시도하는 등 이 문제를 더는 외면하기 어렵게 되자, “실체적 진실을 조속히 정확하게 밝혀야 한다. 문제가 드러나면 반드시 바로잡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새누리당 최경환 원내대표도 1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정원의 신뢰가 나락으로 떨어졌다.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과 최 원내대표의 이런 약속대로라면 지금까지 드러난 결과만으로도 남재준 원장을 문책하는 게 상식적이다. 하지만 청와대와 여당은 남 원장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꺼리며 침묵하고 있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실체적 진실 규명’ 언급 이후 20일이 넘도록 공식적인 반응을 하지 않았다. 지난달 초까지도 ‘남 원장 사퇴론’이 간간이 불거졌던 여당도 청와대와 입을 맞춘 듯 침묵을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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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가 이런데도 남 원장이 버티는 것은 박 대통령의 ‘남재준 지키기’ 의지가 워낙 강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보수언론조차 남재준 경질론을 제기하자, 청와대 관계자는 “제가 아는 흐름과 다르다”며 경질 가능성을 일축했다. 청와대는 이후 비공식적인 통로를 통해 ‘남 원장이 지난 1년 동안 국정원의 업무를 파악하고 이런저런 개혁 작업을 이끌어왔다. 지금 국정원장을 교체하면 정부 차원의 손실이 너무 크고 국정원 내부도 혼란에 빠질 것’이라는 현실론을 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남 원장이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하며 정치 전면에 나섰을 때도 그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를 표했다. 이번에도 이런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지난달 10일 박 대통령이 ‘선 진상규명 후 조처’ 방침을 밝혔을 때 이미 남 원장과 암묵적 교감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수시로 박 대통령을 독대하는 남 원장이 증거 조작 사건에 대해 보고를 했고, 박 대통령은 지난해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때처럼 ‘침묵’→‘유감 표명과 진상규명 약속’→‘문제 드러나면 엄단’이라는 같은 패턴의 대국민 메시지를 발표한 것으로 보는 것이다. 지난달 9일 밤 국정원이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 수사 결과 위법한 일이 확인되면 관련자를 엄벌하겠다”고 사과문을 발표하고, 다음날인 10일 오전 박 대통령이 “검찰 수사로 문제가 드러나면 바로잡겠다”고 말한 것도 이런 정황을 보여준다.

여당의 한 재선 의원은 “박 대통령이 이번에도 자신의 뜻대로 남 원장을 지킬 가능성이 큰 것 같다. 지방선거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면 박 대통령은 평소 강조해왔던 ‘원칙과 신뢰’라는 말을 쓰기가 점점 어렵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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