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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2.08 11:19 수정 : 2019.02.08 19:19

전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가 2014년 1월7일 서울 서초동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심경을 밝히던 중 북받치는 감정을 추스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유우성 간첩조작 사건’ 진상 조사 결과
“잘못된 검찰권 행사로 억울한 누명 쓰고
고통받은 피해자에게 검찰총장 사과해야”

동생 가려씨 “오빠 간첩 아니다” 진술 번복해도
의도적으로 변호사 접견 막으며 국정원 ‘한배’ 의심

증거조작 드러난 이후 꾸린 검찰 조사팀도
수사·공판 검사 강제수사 안 하는 등 권한 남용

전 서울시 공무원 유우성씨가 2014년 1월7일 서울 서초동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무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심경을 밝히던 중 북받치는 감정을 추스르고 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가 ‘유우성 간첩조작 사건’ 수사 당시 검찰이 국가정보원의 위조된 증거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고, 나아가 의도적으로 방치한 정황이 드러났다며 검찰총장의 사과를 권고했다.

과거사위는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으로부터 보고받은 ‘유우성 간첩조작 사건’에 대한 조사 결과를 8일 발표했다. 이 사건은 화교 출신 탈북자인 유우성씨가 수차례 밀입북해 탈북자 200여명의 신원정보 파일을 동생 가려씨를 통해 북한 보위부에 넘긴 혐의로 2013년 구속기소된 사건이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증거조작·인권침해 사실이 드러나 유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한 무죄가 확정됐다.

과거사위는 이날 “검찰이 수사가 개시돼 사실상 ‘피의자’였던 가려씨의 변호인 접견을 막는 등 국정원과 협력한 정황이 담긴 문건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을 맡았던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당시 부장 이상호)는 2013년 2월 작성한 관련 문건에 ‘유가려씨에 대한 수사를 개시하면 변호인 접견을 거부할 근거가 없고 진술 번복 가능성이 크다’고 적시했다. 국정원 내부 문건(2013년 4월 작성)에도 “변호인의 집요한 접견요청 차단을 위해 재판 종료 시까지 가려씨의 참고인 신분을 유지하는 데 검찰과의 협의를 거쳤다”고 나온다. 검찰과 국정원의 노골적인 짬짜미 정황인 셈이다.

검찰이 유씨에게 유리한 수사 내용이 은폐되고 증거가 조작된 사실을 알면서도 방치한 정황들도 발견됐다. 유씨가 북한 회령에서 휴대전화로 찍었다고 검찰이 법정에 제출한 사진 파일은 이후 중국 연길에서 찍은 것으로 들통난다. 과거사위는 “당시 국정원이 사진 복구에 사용한 포렌식 프로그램으로 위치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었지만 수사보고서에 이를 의도적으로 누락했고, 검찰은 ‘중국 연길에서 찍은 사진’이라는 유씨의 신문조서를 보고도 기본적인 확인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또 국정원이 위조한 것으로 드러난 출입경 기록과 영사확인서 등이 핵심 증거였는데도 발급 경위를 검증하지 않았고, 유씨에게 유리한 통화내역이나 가려씨의 진술서가 송치 과정에서 누락됐지만 ‘유우성=간첩’이라는 답을 미리 정해놓고 이를 무시했다고 과거사위는 판단했다.

이번 조사 결과, 탈북자들이 “북한에서 유우성을 봤다”고 증언을 한 뒤 모두 합해 수천만원에 이르는 상금을 받았다는 사실도 법무부 자료로 확인됐다. 돈을 미끼로 탈북자들에게 수사기관이 원하는 진술을 유도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과거사위는 또 증거조작 사실이 드러난 이후 꾸려진 검찰 조사팀(당시 팀장 노정환) 역시 전형적인 봐주기 수사로 검찰권을 남용했다고 결론 내렸다. 조작에 가담한 국정원 직원들에게 국가보안법상 날조 혐의 대신 형량이 낮은 형법상 모해증거위조죄를 적용했고, “국정원에 속았다”는 말만 믿고 이 사건 수사·공판 검사들을 수사하지 않은 점 등이 그 근거로 지적됐다.

과거사위는 마지막으로 “증거조작 가담자들이 기소된 직후 이미 기소유예 처분이 내려진 유씨를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의 혐의로 추가 기소한 것은 보복성 기소”라며 “잘못된 검찰권 행사로 억울한 누명을 쓴 피해자에게 검찰총장이 사과해야 한다”고 밝혔다.

임재우 기자 abbad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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