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4.02 17:25
수정 : 2014.04.07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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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새정치연합 공동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안 공동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대선 때 주요공약들이 벚꽃보다 더 허무하게 길바닥에 날리고, 그 중 기초공천 폐지 공약 파기문제는 여야대립의 가장 중요한 이슈"라며 "약속을 지켜 정치의 기본을 바로 세우겠다"고 말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에게 회담 요청에 대한 책임 있는 답변을 촉구했다.2014.4.2/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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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칭 갈등의 역사, 그럼 기준은…
야권 통합신당인 새정치민주연합의 약칭을 두고 여야의 신경전이 뜨겁다.
새누리당이 새정치민주연합을 ‘새민련’으로 줄여서 부르자 새정치민주연합은 새누리당을 ‘새리당’이라고 부르며 맞불을 놓고 있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약칭’을 ‘새정치연합’으로 해달라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요구에 아랑곳하지 않고 하나같이 ‘새민련’으로 지칭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새민련이 말로는 새 정치를 외치면서…”라고 했고, 홍문종 사무총장도 “새민련 안철수 공동대표가 …”라고 말했다. 당의 공식 ‘창구’인 홍지만 원내대변인도 기자 브리핑에서 “오늘 안철수 새민련 대표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은 …”이라고 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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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23회 국회(임시) 본회의에서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의 교섭단체대표 연설을 하는 동안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014.4.2/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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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은 새누리당을 향해 당이 정한 약칭인 ‘새정치연합’이나 ‘새정치’로 불러달라고 요구했지만 새누리당이 미동도 하지 않자 새누리당을 ‘새리당’이라고 호칭하며 반격에 나섰다.
박광온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새리당 정권은 …”이라고 칭하는 등 새누리당을 거듭 ‘새리당’이라고 불렀다.
당명을 놓고 여야가 갈등을 빚은 사례는 과거에도 많았다. 2003년 열린우리당 출범 당시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을 ‘열우당’이라고 불렀다. 열린우리당은 ‘우리당’이라고 호칭해 줄 것을 요구했지만 한나라당 일부에선 ‘우리당’을 ‘워리당’으로 조롱해 열린우리당이 발끈하기도 했다. 그러자 열린우리당 일각에선 한나라당을 ‘딴나라당’으로 비하해 부르기도 했다.
또 1987년 제1, 제2 야당이던 통일민주당과 평화민주당도 약칭을 놓고 신경전을 폈다. 통일민주당이 ‘민주당’이라는 약칭을 선점하고, 평화민주당을 ‘평민당’으로 부르자, 평화민주당쪽에선 통일민주당을 ‘통민당’이라고 부르며 맞대응했다. 한 개그맨은 당시 여당이던 민주정의당의 대통령 후보지명 전당대회에서 “민정당은 민족에게 정을 주는 당이고 통민당은 민족에게 고통을 주는 당”이라고 말했다가 ‘설화’를 겪었다.
진보 정당의 당명을 두고도 논란이 일었다. 2012년 10월 창당한 진보정의당은 “5공화국 전두환 독재정권의 민주정의당이 연상된다”, “이름만 들어도 몸서리쳐지는 당명”이라는 비판을 당 안팎에서 받았다. 진보정의당은 지난해 7월 ‘진보’를 떼고 ‘정의당’으로 당명을 바꿨지만 여전히 이런 비판을 해소하진 못했다. 2011년 12월 민주노동당, 국민참여당, 새진보통합연대(진보신당 탈당파)가 통합해 창당한 통합진보당은 당 안팎에서 “‘통진당’이라는 약칭의 어감이 좋지 않다”는 비판을 받았다.
당명의 약칭에 대한 규정은 없다. 이 때문에 당사자 의견을 존중해줘야 한다는 의견과 약칭은 언론과 다른 정당이 임의로 사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박광온 새정치민주연합 대변인은 지난달 28일 국회 브리핑에서 “일부 언론과 정당이 당명과 약칭을 임의로 사용하는 것은 사회적 약속을 거부하는 것”이라며 “당사자의 의사가 존중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새누리당 관계자는 “본인들이 주장하는 약칭을 억지로 관철시킬 수는 없다. 통상적으로 부르는 명칭이 굳어지는 경우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동훈 기자
ca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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