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4.16 19:49
수정 : 2014.04.16 22:13
|
구조된 학생들 진도체육관으로 여객선 세월호가 침몰한 전남 진도 해상에서 구조된 이들이 16일 오후 인근 팽목항에 도착해 담요로 몸을 감싼 채 진도체육관으로 이동하는 버스에 오르고 있다. 진도/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
구조된 학생들 긴박했던 탈출 상황 전해
“나는 빠져나왔는데, 친구들이 안 보여”
실종자 표시를 생존자로 잘못 본 엄마는
뒤늦게 실종 사실 확인하고 주저앉기도
구조된 학생들, 친구들 생존 기원하며
“제발 모두 살아돌아와” 인터넷에 글
16일 오전 승객 전원이 구조됐다는 텔레비전 뉴스특보는 사실이 아니었다. 오후 들어 459명의 승객 중 164명만이 구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가족과 친구의 안전을 확인하지 못한 이들은 망연자실해 했다. 2학년 학생 324명이 수학여행길에 오른 경기 안산 단원고는 이 가운데 77명만 구조됐다는 소식에 온통 학부모들의 울음바다로 변했다.
구조돼 전남 진도 조도면 서거차마을로 이송됐던 단원고 손정화(16)양은 “정신없이 빠져 나왔는데, 나와 보니 아직 친구들이 못 나온 것같다. 헤엄쳐 나오는 것을 봤는데 구조된 친구들이 별로 없어서 울고 있는 애들도 있다”고 전했다. 박수빈양은 “배가 기울고 침수가 시작되자 자신있으면 갑판으로 올라가고 아니면 바다에 뛰어내리라고 했는데, 배가 기울어서 갑판에 못 올라온 친구들이 많다”고 말했다.
오후 들어 단원고 정차웅(16)군의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학교 체육관에서 초조하게 구조 소식을 기다리던 학부모들의 다리가 풀어졌다. 진도로 가는 버스 안에서 아들의 사망 소식을 접한 정군 아버지(48)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아들이 15일 밤에 배가 인천에서 출발한다고 애 엄마한테 전화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휴대전화 배터리가 없어 금방 끊은 게 마지막 전화였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오후 4시40분 목포 한국병원에 도착한 정군의 부모는 아들이 누워있는 안치실 앞에서 오열했다.
학부모들은 학교에 설치된 생존자 명단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한 학부모는 실종자 표시를 생존자 표시로 잘못 보고 안도했다가 실종 사실을 뒤늦게 확인한 뒤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일부 학부모들은 15일 밤 출항 전 자녀들과 통화할 때 ‘안개 때문에 기상 상황이 좋지 않다’고 했다며 수학여행 일정을 강행한 학교 쪽에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사망이 확인된 청해진해운 직원 박지영(26)씨의 어머니는 딸의 죽음에 충격을 받아 제대로 몸을 가누지 못한 채 부축을 받으며 목포 한국병원에 들어섰다. 박씨의 이모부 김정길(61)씨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집안이 어려워지자 대학에 다니다 일을 시작했다. 어머니랑 여동생밖에 없는데…”라며 안타까워했다. 박씨는 사고 때 안내방송을 하고 뒤늦게 바다로 뛰어들었다가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된 학생들이 수용된 진도실내체육관에서는 몸에 담요를 두른 학생들이 초조하게 친구들의 구조 소식을 기다렸다. 구조된 친구들을 본 학생들은 서로를 끌어안기도 했다. 오후 들어 상당수 친구들이 아직 구조되지 못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여기저기서 울음이 터져 나왔다. 학생들은 물에 젖어 쓸모없게 된 휴대전화를 들고는 생사를 알 수 없는 친구 걱정에 “어떡하냐”며 발을 굴렀다.
급히 진도실내체육관으로 내려간 단원고 학부모들은 체육관에 들어설 때 자녀들 이름을 부르며 통곡했다. 체육관 입구에 설치된 구조자 명단을 보기 위해 몰려든 학부모들은 자식의 이름을 확인하지 못하자 또다시 통곡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이름이 없다”며 휴대전화를 붙잡고 오열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실신해 들것에 실려가기도 했다. 학부모들은 “사고가 난 지 8시간이 지났는데 왜 실종자 숫자도 파악하지 못하느냐”고 불만을 쏟아냈다.
구조된 학생들은 친구들의 생존을 기대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다. 한 학생은 “어제 밤 8시30분에 배가 출항한다는 소식에 우리 모두 환호를 질렀다. 근데 내 친구들 모두 돌아오지 못했다. 목포 병원에서 글 남긴다. 제발 모두 살아돌아와. 진균아. 유성아. 영훈아. 현주야….”
목포/최우리 이재욱 박기용 기자
ecowoori@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