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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4.16 20:47 수정 : 2014.04.16 22:03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에서 구조된 부상자들이 16일 오후 진도 팽목항에서 구급차로 옮겨지고 있다. 진도/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진도 해상 여객선 침몰 대참사] 생존자들이 전하는 사고순간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 구조된 생존자들은 선체가 기울자 순식간에 물이 차올랐다며 당시의 급박한 상황을 전했다. 여객선 안 편의점에서 일하는 송지철(19)씨는 “배가 기울다가 5초 만에 순식간에 물이 차올랐다”고 말했다. 강인환(57)씨도 “파도도 잔잔한 편이었고 순항하다가 갑자기 급속하게 배가 왼쪽 측면으로 기울었다. 사람들이 한쪽으로 다 몰려버리고 문을 열지 못해 가지고 방에서 빠져나가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안산 단원고 2학년 한아무개(16)양은 “우리는 대피할 때까지 이렇게 큰 배가 설마 침몰할 줄 몰랐고 곧 정상화할 줄 알았다”며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비명에 정신이 없었다”고 말했다. 생존자들은 갑자기 차오른 물로 문이 열리지 않아 빠져나오지 못한 사람이 많았다고 전했다. 특히 배가 쓰러진 방향인 좌현과 화물이 많이 실려 있던 후미 쪽 승객들이 대거 실종된 것으로 보인다.

생존자들은 필사적인 노력과 구원의 손길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신영자(71)씨는 “물이 자꾸 차서 높은 곳으로 헤엄쳐 올라가 5명 정도 사람들과 함께 매달려 있었다. 구명조끼 수납장을 열어서 그곳을 딛고 올라갔고, 젊은 사람 한 명이 창을 통해 살려달라고 구명조끼를 흔드니까 배가 왔다. 일반 어선으로 기억하는데 그들이 쇠망치로 창문을 깨서 나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송지철씨는 “2층 식당칸에 있다가 순식간에 물이 차서 밖으로 뚫린 구멍을 통해 빠져나왔다. 나가 보니 운좋게도 구조보트가 있었고 바로 보트를 탔다”고 말했다. 생존자로 확인된 이중재(60)씨의 부인(54·인천 부평구)은 “남편이 구조를 기다리다가 거의 마지막에 바다로 뛰어내렸다고 했다”며 “뛰어내리면서 선체 안에서 (함께 여행 간) 동창생들이 못 나오고 있는 것을 봤다고 했다”고 전했다. 간신히 구명보트에 오른 학생들은 빠져나오지 못한 친구 이름을 애타게 불렀다.

아비규환의 순간에 자신의 안전을 뒤로한 채 학생들을 구조한 이도 있었다. 제주도에 있는 회사에 취업해 첫 출근을 하려고 세월호에 승선한 김홍경(58)씨는 주변 승객들과 함께 학생 20여명을 구조했다.

김씨는 “2층에 탑승했는데 배가 심하게 흔들리더니 불과 몇 분 만에 직각으로 기울어졌다”고 했다. 그는 1층의 학생들을 구하려고 커튼 10m가량을 잇고 모자란 부분은 소방호스를 연결해 구명줄을 만들었다. 구명줄을 내려보낸 뒤 여럿이 잡아당겨 학생 20여명을 구했다. 구조 작업이 30여분 진행되는 동안 1층 선실이 물로 가득 찼고 뱃머리만 겨우 물 위로 떠오른 상황이 됐다. 김씨는 물에 휩쓸리면서도 물속에 있던 학생 한 명을 더 구하고 어선에 의해 구조됐다. 김씨는 “더 많은 사람을 구하지 못해 가슴이 미어진다”고 했다.

일부 학생은 이미 기울어진 배 안에 갇혀 자신의 안전이 염려되는 상황에서도 “여기 아이 있어요”라며 구조대원들에게 어린이를 먼저 구해달라고 소리치기도 했다.

진도/박승헌 기자, 박수지 기자, 연합뉴스 suj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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