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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4.16 22:01 수정 : 2014.04.17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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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해상 여객선 침몰 대참사] 희생자 왜 늘었나
배 기우는 1시간동안 6차례 방송
구조자 대부분은 움직인 승객들

승무원, 구명조끼 위치 안알려
구명 보트는 46대중 1대만 가동

침몰 신고 시점부터 세월호가 완전히 침몰하기까지는 2시간 넘는 시간이 있었는데도 피해가 컸던 데에는 승무원 등의 잘못된 초동 대처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배가 왼쪽으로 심하게 기울고 물이 차오르는 상황에서도 승무원들은 안내방송을 통해 “자리에 그대로 있으라. 이동하지 마라”고 반복적으로 알렸고,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따른 다수 승객들이 선실에 그대로 머물면서 피해가 더욱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 설상가상으로 사고 신고 자체도 늦었던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구조된 뒤 진도체육관으로 이송된 경기도 안산 단원고 학생 박준혁(17)군은 “아침을 먹고 복도에 나와 있었는데 갑자기 배가 기울었다. ‘이동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라’라는 방송이 나왔고, 점차 배가 왼쪽으로 기우는 1시간 동안 6차례 방송이 있었다. 20분이면 구조대가 도착한다는 방송도 나왔다”고 말했다. 승객들이 구명조끼를 착용하거나 구명보트를 찾아야 할 천금 같은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게 만든 것이다.

구조된 오아무개(17)양도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대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선실 안에 그대로 있었는데, 창문에 물이 찰랑거리다 갑자기 유리창이 깨지면서 물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제야 친구들과 함께 밖으로 나와 구조됐다”고 했다. 엉뚱한 안내방송이 승객들의 발목에 족쇄를 채운 것이 됐다.

승무원들은 학생을 비롯한 승객들에게 구명조끼 착용과 비상탈출을 위한 안내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승객 김아무개(59)씨는 “안내방송에선 움직이지 말라고 했지만, 배가 심하게 기울길래 나는 구명조끼를 찾아 입고 선실 밖으로 나왔다. 승무원이나 안내방송이 구명조끼의 위치도 알려주지 않았고, 탈출 과정에서 승무원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안내방송에서 지시하는 대로 자기 자리를 지킨 승객과, 방송을 따르지 않고 자구책을 찾은 승객들의 운명은 그렇게 갈렸다. 김씨는 “좌초니 침몰 중이니 하는 안내가 없으니 많은 승객들이 파도가 쳐서 배가 기울어졌다고 생각한 것 같다. 구조된 사람들은 대부분 안내방송을 믿지 않고 적극적으로 움직인 승객들”이라고 말했다.

전남소방본부가 최초 신고를 받은 오전 8시52분에 앞서 이미 1시간 전에 선체 이상이 감지됐다는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승무원 송아무개(20)씨는 “승객 배식이 한창 이뤄지고 있던 오전 8시 전부터 배가 기울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보일러실 근무자 전아무개(61)씨도 “오전 7시40분께 갑자기 배가 기울었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점검이나 회항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운항을 계속하면서 허비한 시간이 애초 알려진 것보다 길 수도 있다는 뜻이다. 사고 신고도 선장이나 기관사 등 승무원이 아니라 승객의 연락을 받은 가족이 나서서 했다.

또 세월호에는 모두 25명이 탈 수 있는 구명벌(둥근 형태의 튜브 보트) 46대가 실려 있었지만, 사고 이후 단 1대만이 가동됐을 뿐 나머지 45대는 본선에 그대로 매달린 채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서해지방해양경찰청은 세월호 선장 이아무개(69)씨와 구조된 다른 승무원들을 상대로 인명 피해를 키운 초동 대처가 선장 이씨의 지시에 따른 것이었는지, 왜 사고 신고를 제때 하지 않았는지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

목포/박승헌 기자, 송호균 기자 abc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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