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4.16 22:58
수정 : 2014.04.16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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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침몰 시간대별 상황(※클릭하면 확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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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점투성이 재난대응
1~2시간 간격 구조인원 브리핑
중복집계 오류 드러나 상황 급변
초기 상황파악 실패로 혼란 자초
해경·해수부 등 수치도 제각각
16일 오전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고를 맞닥뜨린 정부는 탑승자와 구조자, 실종자 수 등 사고 상황을 파악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사실관계조차 파악하지 못해 온종일 허둥대는 등 재난 대응관리의 허점을 드러냈다. 정부가 초기 상황 파악에 실패하면서 구조작업에 악영향을 끼친 것은 물론 피해자 가족들에게도 큰 혼란을 일으켰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꾸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이날 1~2시간 간격으로 연 브리핑에서 구조 인원을 161명(오전 11시30분 브리핑), 179명(낮 12시30분), 368명(오후 1시)으로 발표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구조자 수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날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에는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난 경기도 안산 단원고 학생 325명을 포함해 459명이 탑승했다.
하지만 오후 3시30분께 구조자를 중복 집계했다는 오류가 드러나며 상황이 급변했다. 중대본은 오후 4시30분 브리핑에서 구조된 승객이 164명이라고 수정해 발표했다. 중대본이 사고 신고가 이뤄진 오전 8시58분부터 무려 6시간 이상 잘못된 정보를 토대로 사고 수습에 나서고 있던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구조 인원과 사망·실종 인원 집계에 혼선이 빚어진 것, 초기 상황 파악을 제대로 못한 점을 질타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중대본을 방문해 이경옥 안전행정부 2차관으로부터 보고를 받고 “처음에 구조 인원이 발표된 것하고 나중에 확인된 것하고 차이가 무려 200명이나 있었는데 어떻게 그런 큰 차이가 날 수 있었나”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 차관은 “구조해서 출발하는 곳과 도착하는 곳에서 중복 카운트를 해서…”라고 답했다.
구조 인원 등을 두고 중대본과 해양경찰청, 해양수산부, 경기도교육청 등은 제각기 다른 수치를 내놓기도 했다. 사고 초기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구조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정부는 구조 인원과 실종 인원을 파악하지 못하고 갈팡질팡했다. 이에 따라 군과 해경, 해양수산부 등 유관기관들이 유기적 협력 속에 사고 초기 필요한 구조 인력·장비 등을 제때 투입하는 데 차질을 빚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 직후 군은 장비와 병력을 지원했지만 본격적인 수중 구조 작업은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현장 해역이 수중에서 볼 수 있는 시야가 20㎝밖에 안 되고 유속이 시속 4.1해리(약 8㎞)로 매우 빨라서 생명줄 등 잠수지원장비 없이 작업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승객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부모들은 경기도교육청과 단원고 쪽이 “학생 전원이 구조됐다”고 밝히면서 안도했다가, 뒤늦게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돼 혼란을 겪기도 했다. 경기도교육청은 해양경찰청 탓으로 돌렸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이날 11시2분께 단원고에서 교장이 해경 관계자로부터 ‘전원 구조된 것 같다’는 말을 듣고 이를 그대로 교육부에 보고하면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구조자 수도 파악 못하느냐’는 비판이 거세지자 중대본은 브리핑을 오후 6시30분으로 마무리하고, “다음날 오전 9시 전까지는 브리핑을 하지 않겠다. 사고와 구조자와 관련된 내용은 목포 해양경찰청에서 브리핑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침몰 사고의 큰 그림을 그려 국민들을 안심시켜야 할 중대본이 그 역할을 현장의 해경에 맡긴 셈이다.
음성원 기자, 안산/홍용덕 기자 e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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