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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4.20 21:06 수정 : 2014.04.20 22:40

기원 세월호 침몰 사고 실종자들의 무사 귀환을 염원하는 시민들이 20일 저녁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 화랑공원에서 촛불을 밝히고 있다. 안산/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애도 넘어 정신적 외상으로
“택시기사들 안산 가기 꺼려”
“교통사고로 아들 잃은 아픔 재발”

우울감 심하면 뉴스접촉 줄이고
정부는 신뢰회복 대책 세워야

4년 전 교통사고로 아들을 잃은 김아무개(65)씨는 최근 북받쳐 오르는 감정에 밤잠을 설친다. 이제야 아들 잃은 슬픔을 거의 극복했다고 생각했는데, ‘세월호’ 침몰 사건이 가슴속에 묻어뒀던 아픈 기억을 끄집어 냈다. “자꾸 죽은 아들이 떠올라요. 가만히 있어도 한숨이 나오고 눈물이 나와요.”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온 국민의 마음에 멍이 들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우울’이라는 낱말이 수시로 등장한다. 고교 2년생들이 한꺼번에 희생됐고, 온 국민이 서서히 가라앉는 배를 속수무책으로 바라만 봐야 하는, 일찍이 겪지 못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고 이후 정부의 우왕좌왕하는 모습에 분노와 불안을 느끼는 사람도 많다. 정신의학 전문가들은 정부와 사회가 적절한 조처를 취하지 않으면 심각한 사회 현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물론 가벼운 우울감이나 분노·무력감 등은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누군가가 목숨을 잃었을 때 느끼는 정상적인 ‘애도 반응’이라는 것이다. 문제는 이런 애도 반응이 회복이 되지 않는 경우다. 강원대 의대 황준원 교수(정신의학)는 “요즘 사람들의 우울감은 대부분 정상적인 애도 반응이다. 부모님이 돌아가셔도 보통 시간이 지나면 정상을 되찾는다. 하지만 증상이 지속된다면 정신적 외상(트라우마)을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사고와 연결되는 개인 경험을 갖고 있을 경우 정신적 외상의 위험성은 커진다. 고교 2년생 자녀를 뒀거나 안산 지역에 살고 있는 등 이번 사고와 연결되는 항목이 많을수록 감정의 강도는 세진다. 현재 안산 단원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심리치료를 진행하고 있는 일산 백병원 박은진 교수(정신의학)는 “택시를 타고 단원고에 가자고 하면 택시기사들이 불편해한다. 같은 지역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불안증세를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미디어 접촉이 지나칠 경우 정신적 건강을 해칠 수도 있다. 좋은 소식이 있을까 싶어 들여다보지만, 안타까움만 느끼는 경우가 많은 게 현실이다. 덕성여대 최승원 교수(심리학)는 “여러 감정 가운데 슬픔의 감정이 상대적으로 더 잘 전달되는데, 특히 얼굴을 볼 때 감정 전달이 잘 이뤄진다. 각종 미디어를 통해 오열하는 실종자 가족 등의 얼굴을 자꾸 보면 슬픈 감정에 압도되기 쉽다”고 말했다. 황 교수는 “우울감이 심하면 미디어 접촉을 삼가는 게 좋다”고 했다. 박 교수는 “회사, 학교 등 정상적인 생활을 의도적으로 유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정부는 국민적 불신감을 불식시켜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불신감이 집단적 트라우마 증세를 키우기 때문이다. 황 교수는 “정부의 발표가 계속 틀린 것으로 나오는 등 커지는 불신감이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정부는 지금의 애도 감정이 정신적 외상으로 번지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정부가 공동체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신뢰감을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정국 기자 jg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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