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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4.04.20 22:16 수정 : 2014.04.21 08:24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한 지 닷새째인 20일 오후 인근 해상에 세월호에서 유출된 것으로 보이는 검은 기름이 떠 있다. 진도/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사고 신고 전 ‘의문의 행적’

오전 7시8분께 관할해역에 진입
110도 변침·지그재그 항해 감지못해
사고뒤인 오전 9시6분 교신

생존자 “8시전후 쿵소리” 증언
사고 신고전 문제발생 가능성

세월호가 침몰한 진도 해역을 관할하는 해양경찰청 산하 진도 해상교통관제센터(VTS)가 세월호의 관할구역 진입 때부터 사고가 발생한 시각까지 2시간가량 세월호의 움직임을 모니터링하지 않았다고 밝혀, 그 배경에 의혹이 일고 있다.

■ 진도 관제센터, 사고 전 세월호 상황 파악 손 놔 20일 공개된 교신기록을 보면, 진도 관제센터는 세월호가 관제구역에 진입한 오전 7시8분께부터 제주 해상교통관제센터로부터 사고 신고를 전해 들은 9시6분까지 약 2시간 동안 세월호와 교신한 기록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세월호의 항적도를 보면, 세월호는 16일 오전 8시48분37초 전남 진도군 병풍도 북동쪽 해상에서 갑자기 서남쪽으로 110도가량 급선회했다. 그러다 8시52분13초에 다시 방향을 제주와 반대 방향인 북쪽으로 틀어 지그재그로 움직였다. 하지만 해경은 그 시간에 문제가 생긴 사실을 전혀 감지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진도 관제센터는 오전 7~9시 당시 관할 구역에 진입한 다른 선박들에는 조류 정보를 알렸고, 개별 선박으로부터 출항·진입 보고도 받았다. “전방에 출항하는 어선 주의하기 바란다”고도 했다.

진도 관제센터는 세월호에 문제가 생긴 지 18분이 지난 9시6분에야 세월호를 호출했다. 1분 뒤 세월호와 연결되자 “지금 침몰 중입니까”라고 물었다. 앞서 8시55분 세월호가 제주 관제센터에 사고 신고를 했고, 제주 관제센터가 진도 관제센터에 긴급 상황을 전달한 것이다.

제주 관제센터는 8시55분 세월호와 교신한 뒤 그 내용을 해경에 전달했고, 해경 상황실은 8시58분에 신고 전화를 받아 세월호가 침몰하고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 그런데 해경 소속인 진도 관제센터가 해경 상황실 신고 8분 뒤에 처음으로 세월호와 교신을 시도한 점은 해경 내 상황 전달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해사안전법 시행령의 선박 교통관제 업무에는 ‘선박의 좌초·충돌 등의 위험이 있는지를 관찰해 해양 사고 예방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포함돼 있다. 진도 관제센터가 세월호를 모니터하지 않은 채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규정된 업무를 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 세월호, 왜 진도 관제센터에 신고 안 했나 세월호는 16일 오전 7시8분께 전남 신안군 도초도와 흑산도 사이의 진도 관제센터 관할구역에 들어섰다. 국토해양부의 ‘전국 해상교통관제 안내서’를 보면, 선박이 특정 관제센터 구역에 들어가면 반드시 배 이름, 호출부호, 항행 계획, 목적지, 적재 화물 등을 보고해야 한다. 또 각 지역 관제센터 구역을 지날 때 그 관제센터가 사용하는 초단파무선통신(VHF)을 청취해야 한다.

해양경찰청 고시를 보면, 진도 관제센터는 채널16과 67을 사용한다. 이 구역을 지날 땐 항상 이 채널을 열어놓고 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제주 관제센터가 사용하는 채널은 12와 16이다. 세월호는 사고 발생 때 제주 관제센터와 채널12로 교신했다. 그러다 감도가 떨어지자 채널21을 사용했다. 제주~인천을 운항하는 한 항해사는 “채널21은 해기사들이 사적으로 대화할 때 쓰는 채널이다. 그 지역은 명확하게 진도 관제센터 관할인데 제주 관할인 12와 사적 용도로 쓰는 21을 사용했다는 게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수사본부는 “세월호가 출항 때부터 목적지인 제주 관제센터와 함께 채널12로 맞추기로 한 사실을 확인됐다. 정관인지 규정인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그 채널을 쓰기로 한 서류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세월호가 왜 해양경찰청 고시를 어기면서 제주 관제센터와 먼저 교신했는지는 앞으로 밝혀야 할 대목이다.

■ 사고 전 이상 징후도 많아 세월호가 최초로 사고를 알린 8시55분 훨씬 전부터 이상 징후가 나타났다는 정황은 여러 가지가 있다. 경기 안산 단원고가 16일 학부모들에게 밝힌 ‘사고 및 대응 현황판’을 보면, 이날 오전 8시10분 제주해경으로부터 ‘배와 연락이 안 된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돼 있다. 해경은 이를 부인했다. 이어 8시50분께 강아무개(53·사망) 교감은 학교에 전화를 걸어 “배에 침수가 발생했다”고 알렸다.

이런 관측과 맞아떨어지는 정부기관 기록도 나오고 있다. 20일 국립해양조사원 누리집을 보면, 이 기관은 16일 ‘진도군 관매도 부근 여객선 침몰 조난 협조’라는 제목의 ‘항행경보’(제14-155호)에서 “8시30분경 세월호가 침몰 중”이라고 밝히고 있다. 같은 날 진도군청 상황실이 전라남도 상황실에 보낸 ‘세월호 여객선 침몰 상황보고’에는 사고 발생 시간이 오전 8시25분으로 적혀 있다. 이에 대해 두 기관은 “언론 보도를 보고 기록했다”, “실수다”라고 해명했다. 일부 생존자들은 8시 전후로 ‘쿵’ 하는 소리를 듣거나 배가 기우는 것을 느꼈다는 말도 하고 있다. 이경미 김기성 기자 km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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