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4.21 20:30
수정 : 2014.04.21 22:06
세월호 침몰 참사
특별재난지역 선포된 진도
인구 3만여명의 작은 도시 진도가 세월호 침몰 사고로 어지러운 봄날을 맞이하고 있다. 지역 주민보다 구조대와 실종자 가족들, 자원봉사자, 취재진이 더 자주 보인다는 착각이 들 정도다.
진도체육관에서 자원봉사를 하고 있는 진도청년회의소(JCI) 박용환(40) 회장은 21일 “3월 말 ‘신비의 바닷길 축제’ 때도 사람들이 많이 오지만, 그때는 축제 기간인 사흘간만 북적인다. 이렇게 많은 외지인들이 머무는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진도군청 앞에서 해장국집을 운영하는 이아무개(61)씨도 “사람들이 목포나 여수로 빠져나가면서 진도는 인구가 점점 줄고 있다. 이렇게 사람이 많을 일이 없다”고 했다. 도시 전체가 북적이지만 반가울 리는 없다.
숙박시설 구하기도 하늘의 별 따기다. 주로 자원봉사자들이나 취재진이 머무는 여관이나 모텔 등은 거의 만실이다. 진도군청이 집계한 자료를 보면, 관내 숙박업소 30곳이 보유한 객실 533개(수용인원 1734명) 가운데 461개가 동이 났다. 이들 숙박업소에만 1217명이 묵고 있다. 관광모텔을 운영하는 유아무개(41)씨는 “사고가 난 지난주 수요일부터 만실이다. 원래는 봄 관광철이라 이달 말까지 예약이 돼 있었는데 전부 취소됐다. 그 자리를 자원봉사자와 취재진 등이 채우고 있다”고 했다.
진도군은 애초 예정됐던 각종 행사를 취소했다. 곳곳에 내걸렸던 행사 펼침막도 다 걷어냈다. 진도군 쪽은 이번 사건에서 언론이 진도라는 지명을 쓰는 것을 자제하라고 요청할 정도로 재난지역이라는 이미지에 부담을 느낀다. 여기에 사고 해역의 기름 유출로 조도면 미역양식장의 피해도 우려된다.
진도 주민들은 하루빨리 생존자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의류 매장을 운영하는 김아무개(61)씨는 “사고 직후 자원봉사를 하러 갔다가 지역에 몇 곳 없는 옷가게를 열어놓는 것도 필요한 일인 것 같아 가게를 지키고 있다. 외지에서 오신 분들의 불편을 덜어드리는 것도 우리가 할 일이다. 생존자가 나왔으면 하는 마음뿐”이라고 했다.
진도/박기용 최우리 기자
xen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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