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4.04.22 02:03
수정 : 2014.04.22 15:26
세월호 침몰 수사 상황
수사본부, 기관장 진술 확보
구조된 승무원 전원 형사처벌 방침
세월호 침몰 사고를 수사하는 검경합동수사본부는 21일 기관장 박아무개(48)씨한테서 “선장의 퇴선 명령을 듣고 선원들만 아는 통로로 3층에 내려가 기관실 선원들과 함께 퇴선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때 선내에는 “승객들은 제자리에 있으라”는 안내방송이 반복되고 있었다. 또 세월호의 원래 선장인 신아무개씨는 수사본부 조사에서 “사고 당시 조타수인 조아무개씨가 과거에도 급하게 조타기(키)를 돌리는 (변침) 실수를 한 적이 있어 입출항 때는 일을 맡기지 않는다”고 진술했다.
수사본부는 이날 체포한 세월호 항해사 3명과 기관장 등 4명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등 살아나온 승무원 15명 전원을 형사처벌하기로 했다.
■ 승객들 몰래 탈출…승무원 처벌 확대 검경합동수사본부는 선장과 승무원들이 먼저 탈출했을 뿐만 아니라 일부는 “제자리에 있으라”는 안내방송이 나오는 가운데 승객들 몰래 승무원 전용 통로를 이용해 탈출한 사실이 드러남에 따라 처벌 대상을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기관장 박씨는 16일 5층 조타실에서 선장의 탈출 명령을 받고, 승무원들만 아는 통로를 이용해 3층에서 기관실 근무자 3명을 만나 탈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배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엔진을 맡은 이들이 사고 초기에 배를 버린 것이다. 이들의 탈출은 이준석(69) 선장이 배를 떠난 오전 9시40분보다 앞선 시간에 이뤄졌다. 세월호 교신 기록을 보면, 9시14분에 구조 선박이 “옆에 보트가 탈출한다”고 한 내용이 있다. 세월호 구명보트 44개 가운데 2개만 펴졌는데, 최초로 탈출한 보트에 승무원들이 탔을 가능성도 충분해 보인다.
수사본부는 이 선장이 승객들에게 늦게라도 탈출 명령을 내리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안내방송을 했던 3층 선실 매니저는 “6회에 걸쳐 ‘구명조끼 입고 자리에서 대기하라’고 방송했다. 선장에게서 퇴선명령은 받은 바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선장은 수사본부 조사에서 “승객들에게 대피하러 나오라고 했다면 더 많이 구조됐을 것이다. 판단착오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선장은 구조 직후 “현재 구조 인원은 30명 정도다. 배 안에는 수백명이 있다”고 답해, 대다수 승객들이 배에 있다는 점을 알았음을 내비쳤다.
수사본부는 조타수 조아무개(55·구속)씨가 과거에도 조타기(키) 조작 미숙으로 사고를 낼 뻔했다는 진술도 확보하고, 승무원들의 과실을 입증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조씨는 앞서 “사고 해역에서 방향을 5도만 틀려고 했는데 100도가 돌아갔다”며 기계 결함 가능성을 주장했다. 수사본부는 또 세월호의 원래 선장 신씨가 ‘2013년 2월 증축 뒤 복원력(기울었을 때 원상회복을 하는 능력)이 떨어졌다’는 취지로 진술함에 따라 불법 증축이 사고에 미친 영향도 조사하고 있다. 세월호 개조 업체 관계자도 불러 조사했다.
■ 30도 이상 조타 돌리면 엔진에 과부하 수사본부가 급격한 방향 전환(급변침)을 유력한 사고 원인으로 보는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서 급변침으로 엔진과 발전기가 정지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항해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6000t이 넘는 배가 속도를 높인 상황에서 30도 이상 조타기를 돌리면 엔진에 과부하가 걸린다. 자연스레 엔진과 발전기가 정지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발전기가 정지되면 유압으로 조정되는 조타기를 다시 중립으로 돌리기 힘들어진다”고 했다.
수사본부는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선장은 “담배를 피우고 잠시 옷을 갈아입으려고 조타실에서 5m 떨어진 선장실로 갔는데 3분 뒤쯤 갑자기 배가 기울었다”며 “돌아가 보니 엔진은 꺼져 있었고 조타수가 조타기와 엔진박스를 잡고 매달려 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타수가 급변침 뒤 작동하지 않는 조타기를 되돌리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는 것이다.
목포/노현웅, 인천/박수혁 기자, 김원철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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