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09.23 16:06
수정 : 2017.09.23 17:08
23일 세월호 있는 목포신항 떠나 서울시청서 열려
24일 단원고 들렀다가 평택 서호 공원에 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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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2시30분께 서울 중구 서울시청 내 다목적 홀에서는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였던 고 조은화양과 허다윤양을 떠나 보내는 '이별식'이 열렸다. 은화양(왼쪽)과 다윤양(오른쪽)의 영정사진이 수국과 장미꽃 속에 놓였다.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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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고 떠났던 아이가 못 돌아왔어요. 너무나 춥고, 지저분한 데 있었고 엄마로서 마지막 길을 예쁜 모습으로 보내주고 싶었습니다. 왜냐면 저는 은화 엄마이고요. 은화를 내 목숨보다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안에서 3년 만에 수습된 단원고등학교 희생자 조은화·허다윤양의 유골이 서울로 옮겨졌다. 두 학생의 마지막 가는 길을 추모해주기 위해 열린 ‘이별식’에서 은화양의 어머니 이금희씨는 딸의 이야기를 하며 끝내 목이 멨다.
23일 오후 2시30분께 서울 중구 서울시청 내 다목적홀에서는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였던 고 조은화·허다윤양을 떠나 보내는 ‘이별식’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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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오후 2시30분께 서울 중구 서울시청 내 다목적 홀에서는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였던 고 조은화양과 허다윤양을 떠나 보내는 ‘이별식’이 열렸다. 두 학생의 부모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소회를 밝히고 있다.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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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시청에 마련된 이별식장은 향긋한 장미꽃 냄새로 가득 찼다. ‘은화야, 다윤아. 엄마, 아빠가 사랑해’라고 적힌 현수막 아래 두 학생의 영정사진이 놓였다. 장미꽃으로 만든 5개의 하트모양의 꽃이 두 학생의 영정사진을 품었다. 사진 속 은화·다윤양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부모님들은 딸의 가장 밝은 모습을 기억하며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해 국화 대신 수국과 장미꽃 속에 영정사진을 놓았다고 한다.
이씨는 이별식에서 “우리 은화가 수학여행 다녀와서 치킨을 사준다고 했었는데, 그 치킨이 아직도 오지 않고 있다”면서 “근데 그 치킨은 영영 못 먹을 것 같다”고 울먹였다. 이어 “그렇지만 세월호를 아파하고 슬퍼했던 많은 국민분이 은화와 다윤이가 돌아온 걸 보고 다행이라고 생각하신다. 가족들이 옆에 있을 때 서로 안아주시고, 표현하면서 행복하게 사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허다윤양의 어머니인 박은미씨는 “다윤이랑 은화를 먼저 보내지만 정말 다시는 이런 (세월호 참사와 같은) 일이 없도록 많은 국민들이, 나라에서 일하는 분들이 함께 해주시고 도와주시면 고맙겠다”고 당부했다.
두 학생의 가족들은 공개된 장소에서 장례식이나 추모식을 하는 것이 남은 미수습자 가족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그간 함께 걱정해준 국민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실내에서 이별식을 하기로 했다. 두 가족은 3년 넘게 차디찬 바닷속에 있었던 아이들의 생일을 목포 신항의 냉동 안치실에서 치를 수 없다며 이렇게 결정했다. 허다윤양의 생일은 10월1일, 조은화양의 생일은 10월7일이다.
이날 두 가족과 함께 ‘이별식’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팽목항에서, 목포에서, 서울에서, 부모님들을 뵙는 동안 어머니들 이렇게 살아가셨다는 게 참으로 신기할 정도로 고통스러워하고 힘들어하셨다”고 위로한 뒤, “수학여행 간 아이들, 여행 떠난 사람들, 직장간 사람들이 무사히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는 안전한 대한민국, 그런 세상을 만들도록 힘을 모아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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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 내 마련된 이별식장 한 곳엔 은화·다윤양이 쓰던 책상이 배치됐고, 책상 위엔 두 학생의 생일 축하 인사말을 담은 꽃바구니, 편지 등이 가득 올려졌다.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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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청 내 마련된 이별식장 한 곳엔 은화·다윤양이 쓰던 책상이 배치됐고, 책상 위엔 두 학생의 생일 축하 인사말을 담은 꽃바구니, 편지 등이 가득 올려졌다.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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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 잃은 은화양의 교복과 명찰, 신발을 바라보던 몇몇 시민들은 한참 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박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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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식장엔 이낙연 국무총리와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방문해 추모의 시간을 보냈다. 이별식장을 찾은 시민들의 손에는 분홍색 장미꽃이 들렸다. 헌화를 마친 시민들은 두 학생의 가족들과 인사를 하거나, 끌어안고 눈물을 훔쳤다. 이별식장 한 곳엔 은화·다윤양이 쓰던 책상이 배치됐고, 책상 위엔 두 학생의 생일 축하 인사말을 담은 꽃바구니와 편지 등이 가득 올려졌다. 주인 잃은 은화양의 교복과 명찰, 신발을 바라보던 몇몇 시민들은 한참 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시민 성명옥(70)씨는 “3년 반씩이나 진상도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보내서 마음이 아프다”면서 “세월호 참사 원인이 제대로 밝혀지길 바란다. 그래야 가족들 (마음속에) 맺힌 한이 풀리지 않겠냐. 자녀는 별이 됐지만 한이 풀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가족들은 24일 오전 10시까지 이별식장에 머물면서 시민들을 맞는다. 이별식 뒤 두 학생의 유골은 안산 단원고에 들렀다가 다른 세월호 희생자들이 잠들어 있는 평택 서호 공원에 안치될 예정이다. 글·사진 박수진 신민정 기자
jjin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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