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7.11.16 18:00
수정 : 2017.11.18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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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은 16일 목포신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3년 7개월 만에 세월호 곁을 떠나겠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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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수습자 가족, 3년 7개월 만에 철수 선언
“지지해준 국민 더는 아프지 않게 하고 싶어”
18일 유해 없는 영결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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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은 16일 목포신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3년 7개월 만에 세월호 곁을 떠나겠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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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마음이 모아져 세월호가 인양됐습니다. 우리는 떠나지만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습니다. 선체조사 과정에서 뼈 한 조각이라도 찾는다면 따뜻한 곳으로 보내주고 싶습니다.”
16일 목포신항에서 미수습자 가족들은 ‘이제 세월호 곁을 떠날 수밖에 없다’고 선언했다. 참사가 발생한 지 3년 7개월 만이다. 가족들은 머리 숙여 이별을 고한 뒤 세월호의 차가운 그림자 속에서 목놓아 울었다. 찾지 못한 가족을 향한 그리움과 기다림을 포기하고 빈손으로 돌아서야 하는 현실을 받아들이기 너무 힘겨웠을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목포신항을 떠나는 피맺힌 심경이 솟구쳐 나왔다. 회견 도중 단원고 박영인군의 어머니 김선화씨는 다리가 풀려 부두 바닥에 힘없이 주저앉았고, 단원고 양승진 교사의 부인 유백형씨는 슬픔을 가누지 못하고 얼굴을 감싼 채 오열했다. 참사 이후 진도체육관(2014년 4월16일~11월11일), 팽목항(2014년 11월12일~2017년 3월31일), 목포신항(2017년 4월1일~)에서 1311일은 피 말리는 기다림의 세월이었다. 세월호가 드리운 그늘은 깊고도 막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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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후 목포신항 철재부두에 세월호가 거치돼 있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미수습자를 가슴에 묻고 오는 18일 목포신항을 떠날 방침이라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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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못마땅한 시선을 알고 있었지만 가족이 너무 보고 싶어 내려놓지 못했다. 뼈 한 조각이라도 따뜻한 곳으로 보내주고 싶었다. 이제 더 이상 수색은 무리한 요구이고, 지지해준 국민을 더는 아프지 않게 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선체 수색이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지만 가족을 찾지 못해 비통하고 힘들지만 사랑하는 이들을 가슴에 묻기로 한 것이다. 이들은 “국민 마음이 모아져 세월호가 인양됐다. 이런 국민의 마음을 알기에 과감하게 떠나기로 결정했다. 이제는 우리 가족들과 함께 세월호에 대한 아픔을 조금 내려놓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현철군의 아버지 남경원씨는 “갑자기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다. 계속 남는 것이 진정 희생자들을 위한 것인지 수없이 자문했다. 그러다 수색이 끝날 무렵 생활터전으로 돌아가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목숨을 걸고 애써준 잠수사를 비롯해 진도군민과 진도어민, 자원봉사자 등을 일일이 거명하며 감사를 표시했다. 이들은 18일 오전 목포신항에서 4대 종단 제례를 치른 뒤 합동 영결식을 진행한다. 이어 입관한 유품을 안산·서울 등 연고지로 이송해 20일까지 삼일장을 하기로 했다.
단원고 학생 남현철·박영인군, 교사 양승진씨 등 3명은 안산 제일장례식장에서 장례를 치르고 평택 서호공원에 안치된다. 일반인 승객 권혁규·재근 부자 등 2명은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을 거쳐 인천가족공원의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으로 가게 된다.
희생자 유가족 20여명도 착잡한 심정으로 미수습자 가족들의 고별인사를 지켜봤다. 정성욱 4·16가족협의회 인양분과위원장은 “미안하고 안타까울 뿐이다. 이들이 목포신항을 떠나도 유가족들이 현장을 지키며 선체 수습과 조사 과정을 낱낱이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목포/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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