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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4.12 14:53 수정 : 2018.04.13 13:59

[4주기 맞아 찾아온 ‘세월호 영화’ 2편]
희생자를 위한 진혼곡…오멸 감독의 ‘눈꺼풀’
사고 의문점 짚는 다큐…김지영의 ‘그날, 바다’

“해마다 4월이 되면 너는 벚꽃으로 피어/꽃비가 되어/엄마의 가슴에 내려앉겠구나/사랑하는 딸/우리 혜선이” (조영옥 시인의 <벚꽃이 되어> 중에서)

벚꽃이 분분한 아름다운 4월은 ‘그날’ 이후 우리 모두에게 ‘잔인한 계절’로 아로새겨졌다.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아 희생자의 영혼을 달래고 아픔을 위로하며, 사건의 진상을 추적해 진실을 밝히려는 영화 두 편이 12일 나란히 스크린에 걸렸다. “우리 사회의 무능력과 무기력 속에 스러져간 꽃다운 넋을 추모하는 발길이 속속 극장으로 향하길 바란다”는 유가족의 바람은 과연 이루어질까?

영화 <눈꺼풀>의 한 장면. 자파리 필름 제공
■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진혼곡…<눈꺼풀> 제주 4·3의 비극을 다룬 영화 <지슬>을 만들었던 오멸 감독은 “세월호 희생자를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겠다는 간절함에 카메라를 들었다”고 했다. 무인도에서 3개월 동안 촬영을 이어갔다는 오 감독은 그렇게 희생자들을 위한 진혼곡이자 씻김굿인 <눈꺼풀>을 완성했다.

영화는 세상을 떠나는 자들이 마지막으로 들른다는 가상의 섬 ‘미륵도’를 배경으로, 떡을 만드는 한 노인(문석범)과 망자들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처음엔 낚시꾼이 등장한다. 노인은 그를 위해 정성스럽게 쌀을 절구에 찧어서 떡(백설기)을 만든다. 섬을 배회하던 그는 노인이 만들어준 떡 한 입을 베어먹고 사라진다. 이어 비바람이 몰아친 어느 날, 노인과 세상을 이어주던 단 하나의 통로인 ‘라디오’에서 세월호 사고 소식이 들려온다. 이윽고 선생님(이상희)과 남학생, 여학생이 섬에 도착한다. 노인은 또다시 떡 만들 준비를 한다. 하지만 섬에 들어온 쥐 한 마리가 모든 것을 망친다. 라디오를 망가뜨리고, 우물을 오염시키더니 급기야는 절구까지 결딴을 낸다. 노인은 끝내 이들을 위한 떡을 빚어내지 못한다.

영화 <눈꺼풀>의 한 장면. 자파리 필름 제공
영화에는 갖가지 상징과 은유가 넘쳐난다. 하지만 부연설명이 없이도 관객은 섬에 오른 학생들과 선생님의 정체를 단숨에 간파할 수 있다. 오멸 감독은 “떡은 먼 길을 떠나는 망자의 주린 배를 채워 주는 제의 음식”이라며 “라디오가 망가지고 절구가 깨어지는 것은 우리가 믿고 의지했던 시스템의 붕괴를 뜻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인은 ‘너 때문’이라고 쥐를 탓하지만, 우리 모두의 책임도 함께 돌아봐야 하지 않겠냐”고 짚었다.

추모의 마음을 담아 스태프들과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직접 떡을 만들어 영화를 찍었다는 오 감독. 하지만 그가 박근혜 정권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오르는 바람에 영화는 4년이 지나서야 개봉할 수 있게 됐다. 지난 2015년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감독 조합상과 씨지브이(CGV) 아트하우스상을 수상한 바 있다.

다큐멘터리 <그날, 바다>의 한 장면. 엣나인필름 제공
■ “정부는 왜 항적기록을 조작했는가”…<그날, 바다> <그날, 바다>는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한 나름의 가설을 제시하고 이를 과학적으로 입증하는 다큐멘터리다. <백년전쟁> 등 주로 역사 다큐를 만들어 온 김지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김어준이 이끄는 ‘프로젝트 부’가 제작을 맡았다. 9억원에 달하는 제작비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충당했다. 배우 정우성이 “더 많은 이들이 세월호 참사를 잊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노 개런티로 내레이션을 맡아 화제가 됐다.

영화는 세월호의 항로를 기록한 선박자동식별장치(AIS) 데이터를 집중 분석한다. 정부가 제시한 세월호 항로, 사고해역 인근 서거차도의 레이더 관제자료, 해군의 레이더 자료는 왜 각기 다른가? 세월호가 급변침 한 뒤의 AIS 기록은 왜 존재하지 않는가? 영화는 그간 김어준과 김 감독이 한겨레TV <파파이스> 등을 통해 지속해서 문제를 제기했던 ‘AIS 조작설’에 근거해 사건을 되짚는다.

다큐멘터리 <그날, 바다>의 한 장면. 엣나인필름 제공
김 감독은 먼저 정부의 AIS 데이터가 국제 규격에 어긋나는 오류를 다수 포함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조작이 아니고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주장이다. 김 감독은 개인적으로 입수한 AIS 기록을 바탕으로 세월호의 항로와 속도 등을 재구성해 나간다. 세월호가 당일 새벽부터 지그재그식 운항을 하는 등 이상을 보였으며, 급변침으로 인한 사고 시각이 애초 알려진 8시50분보다 이른 8시30분 이전이었다는 것이 김 감독의 주장이다. 세월호 침몰을 현장에서 처음 목격하고 기록을 남긴 문예식 두라에이스호 선장과 생존자들의 증언이 이를 뒷받침한다.

김 감독은 침몰 직전 세월호가 1초 만에 27도 이상 급격히 기운 점, 배에 실려 있던 컨테이너의 움직임이 세월호 항적과 반대인 점 등을 토대로 뱃머리 왼쪽에 ‘외력’이 작용했다고 주장한다. 문제의 ‘외력’은 세월호 왼쪽 앵커(닻). 까닭 모를 이유로 세월호가 왼쪽 앵커를 내린 채 병풍도에 근접해 운항했고, 앵커가 병풍도 해저 지형에 걸리면서 급변침을 반복했다는 것이다. 병풍도 해저 지형도의 융기부와 세월호 급회전 지점이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다큐멘터리 <그날, 바다>의 한 장면. 엣나인필름 제공
김 감독은 “철저한 검증과정을 거치기 전까지 모든 자료를 의심했다. 관객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데 가장 중점을 뒀다”고 밝혔다. 김어준은 “지금까지 세월호에 관한 모든 관심은 ‘구조 상황’에만 맞춰졌는데, 이 영화는 사고 원인을 과학적으로 추적한 유일한 다큐”라며 “영화의 내용은 과학적 근거가 충분한 하나의 가설이며, 이를 넘어서는 부분은 새 정부와 관계기관이 밝혀야 할 몫”이라고 말했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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