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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4.16 17:10 수정 : 2018.04.16 21:48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 세월호 정부 합동분향소 내 전광판에 “세월호 사고 희생자들이여. 통한의 바다 떠나 편히 잠들소서…”라는 문구가 새겨 있다.

생존자·유족, 여전히 트라우마 시달려
“근본 원인 해결 없인 치유 제자리걸음”
전문가, “트라우마 치유 장기전략 세워야”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 세월호 정부 합동분향소 내 전광판에 “세월호 사고 희생자들이여. 통한의 바다 떠나 편히 잠들소서…”라는 문구가 새겨 있다.
세월호 참사 4년을 맞자 합동 영결식과 추도식이 열린 16일 경기도 안산엔 무거운 슬픔이 내려앉았다.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이 영원히 헤어지는 영결식이 끝나도 유가족들은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한 유족은 “2014년 4월16일 이후 우리의 삶은 멈췄고, 송두리째 세월호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현재 세월호특별법에 따라 설치된 안산온마음센터에서 트라우마 치유를 받고 있다. 센터에서 관리하는 피해자만 1천여명에 달한다. 치유 프로그램은 안정화, 기억 재처리, 일상과의 재연결 등 3단계로 진행된다. 치유 과정을 거쳐 정신적 외상을 극복하고, 일상 복귀를 돕는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은 참사 당시 정부의 수습 과정에 대한 강한 불신으로 프로그램 참여를 거부해온 유족들이 많았다. 안산온마음센터는 유족들의 닫힌 마음을 열기 위해 진상 규명을 위한 도보행진·서명운동 등을 유족과 함께하며 신뢰 관계를 쌓는 데 주력했다.

전문가들은 진상 규명이 치유의 첫 출발점이라고 입을 모았다. ‘왜 사고가 발생했나. 왜 죽었나’라는 가장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규명 없인 치유도 제자리라는 것이다. 아직 유족들은 침몰 원인이나 구조 실패 이유가 명쾌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보고 있다. 그래서 희생자 유족, 생존자와 그 가족의 트라우마 치유는 더디기만 하다. 센터는 지금은 1 대 1 심층 상담을 통해 유족의 심리 치유에 집중하고 있다. 피해자 상당수가 심리적 안정 단계로 접어들었지만, 여전히 그날의 기억과 마주하는 것은 두려워한다.

경기도 안산에 있는 416기억전시관 내 천장에 세월호참사 희생자의 이름이 붙은 등(희생자의 유품 등이 담긴 기억함)이 달려있다.
전문가들은 생존자와 유족의 치유 방식이 달라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날의 현장을 직접 목격한 생존자는 희생자와 자신들을 구분짓는 따가운 시선에 시달렸다. 희생자 유족들은 구조와 원인 규명 과정에서 정신적 외상이 더해졌다. 이소희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과장과 전 단원고 스쿨닥터였던 김은지 마음토닥정신건강의학과의원 원장이 단원고등학교 생존학생 57명을 분석해보니, 세월호 참사 20개월째에도 생존 학생 4명 중 1명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시달리고 있었다. 희생자 부모 8명에 대한 조사에서 유족들은 우울증으로 인한 신체적 이상과 가족관계 악화, 사회적 고립감 등을 호소했다. (백석대, 김은미 ‘세월호 유가족의 자녀상실 경험 연구’)

안소라 안산온마음센터 부센터장은 “유족들은 진상 규명 과정이나 세월호 인양 과정, 정치적 왜곡 등을 겪으며 지속적으로 폭력을 당하는 상태였다. 죽음의 진실을 받아들이고 떠나보내는 과정없이 치유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세월호 사건 자체가 워낙 크고 복잡하다. 치유 과정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다. 장기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산 일반 시민들의 트라우마 치료도 시급하다. 안산 일반 주민들도 이웃의 자녀가 탄 세월호가 침몰하는 모습을 생중계로 지켜보면서 상처를 받았다. 이석종 안산시 세월호사고수습지원단장은 “안산은 4월의 봄을 잃었다. 그런데 안산 일반 시민은 세월호특별법상 심리 치료 등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추모공원 갈등도 결국 치유 과정의 연장선에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이정하 기자 jungha98@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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