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8.04.16 17:29 수정 : 2018.04.16 21:48

팽목항 조형물에 붙은 노란 리본들. “미수습자를 가족 품으로”라는 문구가 선명하다.

세월호도 희생자도 떠난 팽목항엔 아직 깊은 슬픔
주민들·유가족, 16일 4주기 맞아 씻김굿 열며 위로

팽목항 조형물에 붙은 노란 리본들. “미수습자를 가족 품으로”라는 문구가 선명하다.
“무정한 세월호야 가려거든 너만 가지/정든 님 정든 아이 무삼 일로 데려가서/보고파라 우리 아이 안 보이네 볼 수 없네/하늘이 울고 땅이 울어 이내 가슴 사무치네….”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은 16일 전남 진도에선 희생자를 위로하는 씻김굿이 펼쳐졌다. 굿판에 참여한 진도 주민들은 세월호도, 희생자도 떠나간 체육관과 팽목항에서 하늘의 별이 된 아이들을 보듬고 어루만졌다. 진혼의 곡조마다, 해원의 춤사위마다 아리고 쓰라린 회한이 묻어났다.

세월호 참사 진도군 범군민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진도읍 실내체육관에서 ‘다시 찾아온 네 번째 봄’을 주제로 추모식을 열었다. 앞서 진도씻김굿보존회가 세월호 희생자 304명의 원한을 풀어주는 무대를 꾸몄다. 진도는 참사 현장이고 수습 거점이어서 주민들이 자원 봉사에 뛰어들기도 하고 어장 피해를 겪기도 하는 등 애환을 함께 겪었다. 해마다 팽목항에서 열리던 추모식은 항구 정비 공사로 공간이 좁아져 이번에는 체육관에서 열렸다.

팽목항 방파제가에 전국의 어린이들이 타일 4656장으로 만든 기억의 벽
이날 추모식에는 이재영 전남도지사 권한대행과 이동진 진도군수, 주민과 학생, 자원봉사자, 종교단체와 시민단체 회원 등 1천여명이 참석했다. 미수습자 권재근·혁규씨의 가족 권오복(63)씨도 참여해 이웃 같은 주민들한테 고마움을 표시했다. 씻김굿 공연으로 시작한 추모식에서 조도고와 진도고 학생들은 희생자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기도 했다.

박주희(16·조도고 2)양은 “언니, 오빠들이 그날 수학여행을 떠나던 순간과 부모님들이 노란 리본을 달고 진실을 알기 위해 몸부림치던 장면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기억하는 많은 사람과 함께 다시는 이런 참사가 없는 안전한 나라를 만들겠습니다”라고 다짐했다. 이동진 군수는 “미수습자 5명이 가족의 품에 하루 빨리 돌아오기를 바란다. 세월호 참사의 진상이 올해는 꼭 밝혀졌으면 한다. 선체를 진도로 옮길지는 공청회와 여론조사를 통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참가자들은 “세월호는 인양됐지만 진실은 여전히 인양되지 못했다. 사고 원인 규명과 미수습자 수습 등 남은 문제를 조속히 해결해 세월호 같은 사회적 참사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기원했다.

팽목항 분향소 부근에 설치된 세월호를 상징하는 조형물.
기다림의 항구였던 팽목항 방파제에선 이날 오후 원불교 법회 등 종교단체와 사회단체의 기억문화제가 잇따라 펼쳐졌다. 추모객들은 방파제에서 타일 4656장으로 만든 기억의 벽을 비롯해 빛바랜 노란 리본과 희생자의 사진들을 보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길이 170m에 이르는 방파제 끝단까지 걸어가 기다림의 등대, 하늘나라 우체통, 4·16 조형물 등을 둘러보며 희생자들의 영면을 기원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참사 전날인 15일 밤늦게 팽목항 분향소에서 합동 제사를 지냈다. 단원고 고 권순범, 신호성, 고우재군의 부모들은 제단에 음식을 차린 뒤 영정을 향해 “미안하다”를 반복하며 눈물을 흘렸다.

진도/글·사진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