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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04.16 18:36 수정 : 2018.04.16 19:31

임범
대중문화평론가

세월호 4주기 전날인 15일, 일요일 오후에 광화문 광장에 나가봤다. 광장 한쪽에 공간을 여러 칸 마련해 이런저런 기록, 사진, 메모, 추모 만화 등을 전시하고 있었다. 임시로 만든 동그란 노란색 방엔 입구에서부터 조그만 캔버스들을 걸어 놨다. 그날 숨진 단원고 학생과 교사의 이름, 얼굴, 다른 이가 그를 추모해 쓴 글이 캔버스 하나에 한 명씩 담겼다. 그걸 보며 안으로 들어섰을 때, 방안 가득 걸린 캔버스가 눈에 들어왔다. 많구나. 숫자를 의식할 겨를이 없었다. 많다고 느낀 뒤엔 숫자가 무의미해졌다. 같은 규격으로 늘어선 같은 크기와 형태의 캔버스들…. 관람객 서넛이 눈물을 훔쳤다.

광화문을 떠나 서울시청 지하에 마련된 ‘바스락홀’로 갔다. ‘그런데 세월호는요?’라는 토론회가 열리고 있었다. 세월호 사건의 의문점을 짚으면서 전면 재수사를 촉구하는 정례적인 토론회였다.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과 특조위 관계자도 참석했다. 세월호 사건 전후에 국정원이 관여했다는 의혹, 단원고 학생들의 카카오톡 기록이 무더기로 지워졌다는 의혹에 대한 발표와 토론이 있었다.

사건 당일의 경험을 얘기한 생존자 한 명은 세월호 사건 뒤 직장을 다니다 집중이 안돼 퇴사했고, 일용직으로 일하면서 세월호 관련 집회와 토론회에 열심히 참석하고 있다고 했다. 청중 가운데 한 명이 ‘힘드실 때 술 한잔 같이 하자’고 했더니 ‘밖에서 술 마시면 불안이 가시질 않아서 혼자 마신다’고 했다.

마지막 발표자는 세월호 항해 신호의 송신시간과 수신시간 데이터를 분석해 정부가 제출한 세월호 항적 기록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수신시간이 송신시간보다 앞서는 경우가 여러 번 나오고, 이걸 분석해서 항적도를 그리면 세월호가 네 차례 뒤로 갔다가 다시 앞으로 갔다는, 납득하기 어려운 결론이 나온다는 것이다. 하지만 토론자 사이에서 기록상의 시간 해석을 달리할 수 있지 않으냐는 주장이 나오면서 논의가 더 진전되지는 않았다.

토론회 내내 해경, 해양수산부, 관제소 등 정부기관이 제출한 기록과 문서의 신빙성이 도마에 올랐다. 이들 기관으로부터 ‘내줄 수 없다’, ‘더 없다’, ‘모른다’ 등의 답변을 들었고, 결국 건네받은 문서나 기록은 일부가 삭제됐거나 편집된 것이었다는 증언이 쉴 틈 없이 나왔다. 실정법 위반에 이를 정도의 기록이나 문서 훼손 행위가 있었을 거고, 그것 하나로도 재수사의 필요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 12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그날, 바다>도 정부가 제출한 세월호 항적 기록이 엉터리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세월호 침몰 원인이 검찰이 발표한 것과 다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 영화를 5일 동안 17만8천명이 봤다. 다큐멘터리 영화로는 놀라운 기록이다. 이 영화의 주장이 맞는지 틀리는지 관객들은 확인하고 싶을 거다. 며칠 전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는 외부 충격에 의한 침몰 가능성을 새롭게 제시했다.

마침 세월호 4주기를 맞아 문재인 대통령은 세월호의 진실을 끝까지 규명해내겠다고 했다. 진실규명을 위해서는 재조사와 재수사가 가능하다. 지금 진행 중인 건 재조사다. 재조사로 진실규명이 끝까지 될지, 재수사가 뒤따라야 할지 지금 판단하는 건 무리일 거다. 이날 행사에선 수사권 없는 특조위가 얼마나 규명할지 회의를 보내는 발언이 몇 차례 나왔다.

토론회 사회자는 세월호 사건의 의혹들이 풀리지 않았음을 강조하면서 “우리는 아직 추모할 수 없습니다”라는 말로 행사를 마무리했다. 내년엔 이 말이 안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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