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8.07.19 17:32
수정 : 2018.07.19 19:07
세월호 참사로 숨진 희생자 유가족들이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국가(정부)의 책임을 일부 인정하는 판결이 내려졌다. 참사 발생 뒤 무려 4년3개월 만의 일이다. 그러나 당시 해양경찰의 책임만 인정했을 뿐 재난 컨트롤타워가 작동하지 않아 구조를 제대로 하지 못한 정부의 근본적인 책임은 인정하지 않았다. 앞서 있었던 형사재판 결과를 그대로 수용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구체적 책임을 밝혀내기 위해 고통 속에서 4년여를 버텨온 유가족들의 기대나 국민들의 법감정에 비춰보면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다. 진행 중인 2기 세월호 특별조사위의 추가조사 등을 통해 당시 정부의 잘못을 온전하게 밝혀내야 할 책임이 그만큼 더 커졌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0부(재판장 이상현)는 세월호 참사로 숨진 단원고 학생 117명과 일반인 승객 2명의 유가족이 국가와 청해진해운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청해진해운 임직원들이 화물과적과 고박불량 상태로 출항시키고 선장 및 선원들이 승객 구호 없이 퇴선한 행위로 희생자들이 사망에 이르게 됐음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러나 국가에 대해서는 “해경 123정장이 승객들에 대한 퇴선 조처로 생명을 보호할 의무를 다하지 않은 위법행위”와 관련해서만 책임을 물었다. 유족들이 국가 책임이라고 주장한 ‘국가 재난 컨트롤타워 미작동’이나 ‘구조본부의 부적절한 상황 지휘’ 등에 대해서는 “직무상 위법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고 사망과도 인과관계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그동안 박근혜 당시 대통령이 늦게까지 침실에 머무르는 등 ‘7시간의 미스터리’를 둘러싸고 국민적 비난이 들끓었던 현실과도 한참이나 동떨어진 결론이다. 당일 오전 9시45분께 대통령이나 청와대 누구라도 현장에 탈출 명령을 내렸다면 탑승자 476명이 6분17초 만에 모두 빠져나올 수 있고, 세월호 주변에 어선도 50여척이나 대기 중이어서 충분히 구조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보고시각 조작에 이은 청와대의 조직적 은폐 등으로 ‘7시간’의 진실과 책임은 탄핵 사유와 형사판결문에 이어 민사판결에서도 빠지게 됐다. 이번 판결이 당시 대통령과 청와대 컨트롤타워 책임자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데 악용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추가조사를 통해 정부의 책임이 제대로 규명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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