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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0.22 15:38 수정 : 2018.10.22 17:21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 한겨레 자료사진

세월호 당일 ‘사라진 7시간’ 의혹 제기한
가토 전 산케이신문 지국장 재판 앞두고
곽병훈 당시 청와대 법무비서관
임종헌 법원행정처 차장에 “판결 참조하세요” 문자
명예훼손죄 유죄 대법원 판례 전달 드러나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 한겨레 자료사진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씨의 남편 정윤회씨와 함께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가 한국 검찰에 기소된 가토 다쓰야 일본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 1심 재판을 두고 당시 청와대와 법원행정처가 함께 ‘유죄 판례’를 검토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사건은 청와대를 의식한 검찰의 무리한 기소라는 비판이 많았는데, 청와대가 법원 판단을 통해 처벌 정당성을 ‘입증’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재판부는 무죄를 선고했다.

22일 <한겨레> 취재 결과, 2015년 11월 곽병훈 당시 청와대 법무비서관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대법원 판결을 참조하세요”라는 문자메시지와 함께 명예훼손죄 ‘유죄’ 판례를 보냈다고 한다. 비슷한 시기 임 전 차장 지시를 받은 행정처 기획조정실 심의관(판사)은 가토 재판 관련 명예훼손죄 검토보고서를 작성해 청와대 법무비서관실 행정관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곽 전 비서관은 판사 시절 법원행정처 기획담당관, 재판연구관을 지냈다.

당시는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되던 1심 변론이 모두 종결된 뒤 선고만 남겨둔 때였다. 당시 청와대와 행정처는 △유죄 △무죄 판결하되 부적절성을 꾸짖는 방안 △대통령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해 처벌하지 않는 방안 등 여러 시나리오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차장은 곽 전 비서관과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은 즈음 임성근 당시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현 서울고법 부장판사)을 통해 재판장인 이동근 부장판사에게 “인용된 풍문이 허위라는 점이 판결문 이유에 확실히 들어가야 한다”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해 12월 나온 1심 선고에서 재판부는 “대통령의 세월호 침몰 사고 당일의 행적은 공적 관심 사안에 해당하므로 언론의 자유가 폭넓게 인정돼야 한다”고 무죄를 선고하며, “(해당 보도는) 허위 사실이 명백하다. 대통령을 조롱하고 한국을 희화화한 내용을 작성하면서도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은 것은 적절치 않다”도 덧붙였다.

한편 임 부장판사는 2015년 쌍용차 집회사건 재판에도 관여한 정황이 확인됐다. 임 부장판사는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소속 변호사들의 재판을 맡던 형사합의부 판사들에게 “다른 결론이 안 나오도록 협의하라”는 취지로 주문한 것으로 확인됐다. 민변 변호사들은 2013년 쌍용차 관련 집회에서 경찰의 질서유지선 퇴거를 요구하다 경찰관 팔을 잡고 끌고간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 사건을 맡은 두 재판부는 모두 무죄를 선고했지만, 임 부장판사는 판결문 양형이유에서 “경찰의 직무집행이 적법하다고 볼 수 없다” 등 피고인에게 유리한 대목과 불리한 대목을 모두 삭제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널뛰기 양형’ 비판을 피하기 위해 양형 협의를 제안하는 경우는 가끔 있어도, 결론을 맞추라는 지시는 하지 않는다. 판사는 각각이 헌법기관인데 모든 판결이 같은 결론이라는 게 말이 되는가. 명백한 재판개입”이라고 짚었다.

앞서 민변은 성명을 통해 “임 부장판사가 선고 이후 개별적으로 당해 재판부에 외압을 가해 판결문 일부 문구를 삭제하도록 요구했고, 실제 외압에 따라 판결문 문구를 삭제한 사실이 밝혀졌다. 검찰은 철저히 수사해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각급 법원 수석부장제도 및 고등법원 부장판사제도 같은 관료적 요소를 폐지하는 제도 개혁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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