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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1.06 15:28 수정 : 2018.11.06 21:10

‘4.16가족협의회’와 ‘4월16의약속국민연대’가 지난 8월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기무사 고발 및 세월호 참사 전담 특별수사단 설치 촉구기자회견’을 열어 기무사의 세월호 참사 개입 문건과 관련해 불법적인 활동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성광 기자

세월호 정국 조기전환 방안으로 보고
유병언 검거 위해 무차별 불법감청도
유가족 사찰도 수차례 걸쳐 청와대 보고

‘4.16가족협의회’와 ‘4월16의약속국민연대’가 지난 8월22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기무사 고발 및 세월호 참사 전담 특별수사단 설치 촉구기자회견’을 열어 기무사의 세월호 참사 개입 문건과 관련해 불법적인 활동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하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김성광 기자
박근혜 정부 당시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가 세월호 정국을 조기에 전환하기 위해 세월호를 수장하는 방안을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무사는 또 세월호 선사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로 지목된 유병언(사망) 세모그룹 회장을 검거하기 위해 무전기 통신 내용을 불법감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기무사의 세월호 민간인 사찰 의혹을 수사해온 군특별수사단은 6일 이런 내용을 담은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군특수단은 “이번 사건은 기무사가 세월호 참사 기간 ‘통치권 보필’ 이라는 미명 아래 권한을 남용해 조직적, 기능적으로 세월호 유가족 등 민간인들을 불법적으로 사찰한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기무사는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부대 차원에서 ‘세월호 관련 여망 및 제언 수집’이란 이름으로 세월호 정국 조기 전환 방안을 수집했고, 그 방안의 하나로 세월호 수장 방안을 6월7일 청와대에 보고했다. 기무사는 참사 초기엔 실종자 수색 조기 종료, 세월호 조기 인양 취지의 보고를 올렸으나, 인양 장기화가 예상되자 수장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고 군특수단은 설명했다.

당시 기무사가 제시한 세월호 정국 조기 전환 방안에는 △실종자 부모가 강경한 태도로 나올 경우 친인척들의 신원을 확인한 뒤, 이들과 우회적으로 보상금 지급을 협상하고 △세월호 관련 투입비용 또는 유가족의 요구사항을 언론해 공개해 수색 및 인양에 부정적 여론을 형성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특히 세월호 선주와 선장의 악행을 부각해 국민 분노가 이들에게 쏠리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기무사는 6월11일부터 유병언 회장 검거를 위한 태스크포스를 구성하고 감청장비를 투입하는 등 부대 차원에서 검거작전에 나섰다. 군특수단은 “기무사는 수차례에 걸쳐 청와대 주요 직위자 등에게 유병언 검거작전 보고를 올렸다”며 “청와대 고위 직위자가 기무사의 감청장비 투입에 대해 ‘기무사만큼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조직은 없음. 최고의 부대임’이라며 기무사를 독려한 문건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기무사는 이 과정에서 불법감청을 전파환경조사로 위장하는 술수를 부렸다. 6월17일 ‘방탐장비에 의한 감청 위법성 극복 방안’ 보고서를 보면, “이 건은 통신비밀호보호법 및 대간첩통신업무규정을 벗어난 위법”이라고 명시해놓고도 “위법성 논란을 극복하기 위해 전파환경조사 명분으로 활동”할 것이라고 보고했다. 군특수단은 "본래의 방탐·보안 임무에 공백이 발생함에도 인력과 장비를 전개하고, 공공기관부터 개인 무전통신까지 무차별적으로 감청했다"고 설명했다. 불법감청은 용인과 안성 등지에서 2만3300여건이나 이뤄졌다.

기무사는 6·4 지방선거 등 주요 정치일정을 앞두고 세월호 정국이 박근혜 정권에 불리하게 전개되자 정국 전환과 박 전 대통령 지지율 회복 등을 위해 세월호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운영했다. 기무사는 이 태스크포스를 중심으로 세월호 유가족에게 불리한 여론 형성을 위한 첩보 수집에 나섰고, 모두 14차례에 걸쳐 정국 전환 방안과 유가족 사찰 실행을 청와대 주요 직위자들에게 보고했다.

기무사의 세월호 유가족 사찰은 진도와 안산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졌다. 진도 현장에 파견된 610부대장은 실종자 가족 개개인의 정치성향(강성·중도)과 가족관계, 텔레비전 시청 내용, 음주실태 등 첩보를 수집해 보고하도록 했다. 부대원들에게 보고 때 ‘충성’ 구호 사용 금지,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 외 다른 신분증 소지 금지, 적발시 실종자 가족으로 신분 위장 등을 지시하기도 했다. 안산에 파견된 310부대장은 유가족 및 단원고 학생 동정, 유가족단체 지휘부의 과거 직업과 정치성향, 가입정당 정보를 비롯해 합동분향소 주변 시위 상황 등을 보고하도록 했다. 기무사 사이버부대는 구글 검색 등을 통해 유가족 개인별 인터넷 기사, 전화번호, 학적사항, 중고거래 내역, 인터넷 카페활동 등을 수집했다. 군특수단 관계자는 "현장에선 (기무사 요원들이) 부담감을 느꼈다는 내용이 보고서에도 나온다"며 "(요원 중) 한 명은 유가족들에게 감정적으로 동화된 상태에서 사찰내용을 보고하려고 하니 심리적으로 힘든 부분이 많았다고 (수사 과정에서) 진술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처럼 기무사가 불법적으로 세월호 정국에 관여한 것은 당시 이재수 기무사령관의 독려가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수단은 세월호 참사 당시 이 사령관이 세월호 유가족 사찰을 지시하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회의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특수단 관계자는 "현재 민간인 신분인 이 사령관에 대한 수사는 서울중앙지검에서 진행하고 있다"며 "이 사령관의 윗선에 대해서도 민간 검찰에서 수사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군특수단은 세월호 민간인 사찰 수사를 담당했던 군검사 및 검찰수사관 일부를 잔류시켜 국방부 보통군사법원에 기소된 피고인들에 대한 공판을 수행할 예정이다.

유강문 선임기자 m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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