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02.12 15:39 수정 : 2019.02.12 20:23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 250명의 명예졸업식이 열린 12일 경기도 안산 단원고 4층 단원관에는 250개의 파란색 의자가 놓였다. 한 유가족이 아이의 이름이 적힌 의자에 앉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안산/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세월호 참사 1764일 만에…학생 호명에 참석자들 흐느껴
유가족 대표 전명선 “우리 아이들 희생 잊지 말아 달라”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 250명의 명예졸업식이 열린 12일 경기도 안산 단원고 4층 단원관에는 250개의 파란색 의자가 놓였다. 한 유가족이 아이의 이름이 적힌 의자에 앉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안산/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파란 플라스틱 의자에는 끝내 돌아오지 못한 학생들의 이름이 하나하나 붙어 있었다. 졸업을 축하하는 꽃다발과 학생증, 졸업장, 졸업앨범만이 주인 없는 의자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아이의 이름이 적힌 학생증과 졸업장을 본 수많은 어머니, 아버지들은 의자에 무너지듯 주저앉았다. 곳곳에서 치솟아 오르는 울음을 힘겹게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12일 오전 10시, 경기도 안산 단원고에서는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로 숨진 단원고 학생 250명을 위한 명예졸업식이 열렸다.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난 지 1764일 만이다. ‘노란 고래의 꿈으로 돌아온 우리 아이들의 명예졸업식’이란 이름으로 진행된 이날 행사는 학생들을 기리는 묵념으로 시작했다. 이어 양동영 단원고 교장이 “2학년 1반, 고해인”을 시작으로 명예졸업장을 받는 학생들을 하나하나 호명했다. 이름이 불릴 때마다 의자에선 울음이 터져 나왔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에 대한 명예 졸업식이 12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에서 열려 학생들의 이름이 한 명씩 불리우는 동안, 해당 학생의 사진과 이름이 행사장 스크린에 비춰지고 있다. 안산/신소영 기자
이날 졸업장을 받은 학생은 2014년 수학여행을 떠났던 단원고 2학년 학생 325명 가운데 돌아오지 못한 학생 250명이다. 생존학생 75명은 2016년 1월12일 졸업했다. 희생된 학생들의 명예졸업식은 ‘미수습 학생들의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미뤄달라’는 유가족의 요청으로 그동안 열리지 않았다. 끝내 수습하지 못한 이들도 있다. 세월호 선체를 인양했지만 2학년 6반 남현철군과 박영인군, 교사 양승진씨 등은 찾지 못했다.

명예졸업식이 이뤄지기까지 과정도 순탄하지 못했다. 지난 시간 동안, 세월호 참사를 왜곡하고 폄훼한 자유한국당과 보수정권, 극우세력에 맞선 유가족들은 자녀들의 명예졸업식은 물론 단원고 교실 존치, 추모조형물·기억공간 조성까지도 이를 반대하는 이들에게 저항해 스스로 지켜내야만 했다.

아들의 교복을 입고 명예 졸업식에 참석한 고 권순범 군의 어머니 최지영 씨(왼쪽 둘째)가 12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에서 식을 마친 뒤 아들의 학생증을 들어보이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안산/신소영 기자
2학년 7반 전찬호 학생의 아빠인 전명선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 전 운영위원장은 이날 “졸업식을 받아들이기엔 아직도 너무나 마음 아프고 더더욱 간절하게 우리의 아들딸들이 보고 싶은 날”이라며 “오늘 이 자리를 통해 별이 된 우리의 아들딸들의 희생을 기억하고 잊지 않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에 대한 명예 졸업식이 12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에서 열려 문지성 학생 아버지가 딸의 자리를 바라보고 있다. 안산/신소영 기자
단원고 재학생들은 노래로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선배들을 기렸다. “나의 사진 앞에서 울지 마요. 나는 잠들어 있지 않아요. 제발 날 위해 울지 말아요”라며 ‘천개의 바람이 되어’를 합창하자, 곳곳에서 울음이 터졌다. 사고 당시 희생자들의 후배였던 졸업생 이희운씨는 ‘졸업생 편지’에서 “학교에서 미소 지으며 다가와준 선배들이 고맙고 보고 싶다. 벚꽃 만개한 교정에서 다시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식이 끝나고도 유가족들은 오랫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안산/홍용덕 기자 ydhong@hani.co.kr

광고

관련정보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