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9.04.12 11:16 수정 : 2019.04.12 22:13

세월호 5주기 앞둔 팽목항

남도 끝자락 진도 앞바다는 봄을 일찍 맞이한다지만 밤공기는 여전히 차가웠다. 세월호 5주기를 앞둔 팽목항 한편엔 파도와 칼바람, 뜨거운 땡볕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팽목항 분향소 팻말이 세월의 무심함에 빛바랜 채 겨우 버티고 서 있었다.

하늘이 두 쪽 나던 그날에 잿빛 공간을 가득 채웠던 어머니의 절규도 목탁 소리도 찬송가도 없었다. 자원봉사단체의 천막도 없어진 지 오래다. 단지 그날처럼 검은 달빛 아래 바다는 흐르고 있었다.

진도 앞바다에서 살아난 아이들과 아이를 잃은 부모들 그리고 죽어서 돌아온 아이들이 함께 팽목항 하늘 아래 있었다. 그 하늘이 겹겹이 쌓이면서 그날은 어제였고 오늘이고 내일이 되어간다. 별이 된 아이들은 5년째 진도 앞바다에 총총히 떠 있다. 그 별들은 보고 싶은 엄마 꿈속에서 몇 번을 손잡고 만났을까? 마음으로 그려보면 가슴이 저려와 눈가가 뜨거워진다.

팽목항은 조용했다. 별빛도 사라진 새벽녘엔 파도 소리마저도 잠잠했다. 4월의 진도 팽목항으로 가는 시골길엔 하얀 벚꽃이 만발했다. 이렇게 화사한 계절에 아이들은 제주로 추억여행을 떠났다. 아이들은 안개 낀 인천항을 벗어난 저녁에 세월호 갑판 위에서 밤하늘에 폭죽을 쏘았다. 폭죽은 어두운 하늘에서 벚꽃처럼 퍼졌다. 시간은 참사가 일어난 이후에도 무심하게 지나갔다. 잊히지 않을 것 같았던 기억도 흐려지며 어느덧 5년째 돌아오는 봄을 마주하고 있다.

5년 전 진도 팽목항에 쏟아낸 울부짖음을 파도가 삼켜버렸다. 그리고 같은 세월 동안 바다가 삭혔다. 화사한 봄날을 시샘하듯 잠잠하던 바다에서 불어온 거친 비바람에 끝부분만 남아 있던 색바랜 세월호 노란 리본이 격렬하게 요동쳤다. 구름은 검은색으로 변하더니 파도처럼 하늘에서 넘실대며 빠르게 진도 앞바다로 흘러갔다. 팽목항의 파도는 알고 있을 것이고, 그날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빛바랜 세월, 그러나 우리는 잊을 수 없는 세월호 5주기를 맞고 있다.

진도/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