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장헌권 목사한테 보낸 편지에 심경 밝혀
무기징역 선고받고 순천교도소 복역 중
고령·충격 탓 건강 상태는 좋지 않은 편
세월호 이준석 선장이 광주 장헌권 목사에게 보낸 편지 내용
재판을 받은 뒤 대중의 시야에서 사라진 세월호 이준석(74) 선장이 옥중 편지를 통해 “유가족한테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는 심경을 밝혔다.
이 선장은 지난해 3~11월 광주 서정교회 장헌권 목사한테 보낸 3통의 편지에서 이렇게 밝혔다. 그는 “용서받을 수 없는 큰 죄를 지은 죄인이다. 지금에 와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죽는 그 날까지 죄를 반성하고 뉘우치며 유가족님들에게 머리 숙여 깊이 사죄드리고 용서를 빌며 아픔과 슬픔을 같이할 뿐”이라고 머리를 숙였다. 이어 “항상 죄책감에 사로잡혀 자책하면서 하루도 지난날들을 잊어본 적이 없다. 수없이 되돌아봐도 저 자신이 미워지고 화만 날 뿐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기에 답답하고 가슴이 아프다”고 한탄했다.
세월호 참사 직후 살인 혐의 등으로 구속돼 재판에 넘겨진 그는 무기징역을 선고 받고 순천교도소에서 복역 중이다. 70대를 넘은 데다 심리적 충격 탓에 잇몸 염증, 어깨 통증, 소화 이상 등을 보이는 등 건강이 나쁜 상태로 알려졌다. 참사 이후 외부와의 접촉을 일절 끊고 있던 그의 근황이 전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편지를 받은 장 목사는 16일 “개인적으로 주고받은 편지이지만 세월호 참사 5주기를 맞아 이 선장이 지금이라도 고백을 통해 진실을 밝혔으면 하는 마음으로 공개한다”고 말했다. 장 목사는 지난 2014년 10월 이 선장 등 선원 15명한테 양심 고백을 요청하는 편지를 광주교도소로 보냈다. 하지만 이 선장한테 보낸 편지는 이틀 만에 수취인 거부로 반송됐다.
장 목사는 이 선장이 순천교도소로 이감되자 2017년 1월30일 면회를 신청해 10여분 동안 대화를 나눴다. 이후 편지왕래를 시도했고 일부 편지는 봉투 안에 우표를 넣었다는 이유로 되돌아오기도 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애초 완강했던 이 선장은 서서히 마음을 열더니 2018년 1월28일, 3월13일, 11월12일 등 3차례 답장을 보내왔다. 편지들은 모두 2장 분량에 반성하고 참회하는 마음을 담고 있었다.
세월호 이준석 선장이 광주 장헌권 목사에게 보낸 편지의 첫 장
장 목사는 지난 4월 초순에도 심경과 안부를 묻는 편지를 이 선장에게 보냈지만, 아직 답장을 받지 못했다. 장 목사는 “이 선장이 깊이 반성하고 있다. 심경의 변화가 있고 기도하며 생활하는 만큼 대화를 많이 나눠보려 한다”고 말했다. 장 목사는 “당국의 서신 내용 검열, 부족한 면회시간 등 제약이 많아 고백이나 증언의 분위기를 만들기 어렵다. 이 선장이 진실을 말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고 전했다.
안관옥 기자 okahn@hani.co.kr■ [영상] ‘세월호 참사’ 취재기자 3인의 아홉 장면
▶️영상 바로가기 : https://youtu.be/2R_cuhq9Fk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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