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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06.25 15:01 수정 : 2019.06.25 21:08

이병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왼쪽)과 조윤선 전 정무수석.

“권력 동원한 조직적 범행으로 위원회 방해…
다만 활동 저하의 모든 책임 지우긴 어려워”
4·16가족협의회 “실망스러운 판결” 반발

이병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왼쪽)과 조윤선 전 정무수석.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의 설립과 활동을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병기(72)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53) 전 정무수석에게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25일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재판장 민철기)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로 기소된 이 전 비서실장과 조 전 정무수석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대통령비서실과 해수부 장·차관의 강대한 권력을 동원해 각종 회의를 진행하거나 공문서를 작성·배포하는 등 조직적 형태로 범행이 이뤄졌고 그 결과 위원회가 뒤늦게 구성돼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활동을 마치게 되었다”며 “대다수의 유가족과 국민들은 진상규명이 좌절되었다는 실망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고, 이 범행이 알려지면서 유가족들은 큰 심적 고통을 받게 됐다”고 밝혔다. 다만 법원은 “피고인들이 직접적으로 위원회 활동을 방해한 것이 아니라 공무원들로 하여금 법에 반하는 문건을 작성하게 하였다는 것이 (범죄의) 대부분이다”며 “위원회 활동이 저해된 모든 책임을 피고인들에게 돌리기보다는 책임에 상응하는 적절한 형별이 부과되어야 한다고 판단된다”고 집행유예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김영석 전 해양수산부 장관에겐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윤학배 전 해수부 차관에겐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안종범 전 경제수석비서관은 무죄를 선고 받았다.

법원의 집행유예 선고 뒤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는 실망스럽지만 다시 한 번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 보겠다는 입장을 냈다. 김광배 4.16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사무처장은 “우리아이들의 억울한 죽음은 어디에 호소해야 하냐”며 “오늘 판결이 매우 실망스럽지만 다시 한번 대한민국의 법을 믿어보겠다. 얼만큼 국민들에게 만인에게 평등한 법인지 다시 한번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민변 세월호참사 티에프 팀장인 이정일 변호사는 “기소 내용에 대해 민정수석과 비서실장 등이 특조위 활동을 방해했다는 건 유죄로 인정된 것”이라면서도 “진상규명을 열망했던 가족들의 기대를 무참히 짓밟은 행위에 대해 집유를 선고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병기 전 비서실장 등은 다수의 해수부 공무원을 동원해 세월호 특조위의 내부 상황과 활동 동향을 파악하는 한편, 이를 토대로 활동 방해 방안을 마련해 지시하는 등의 방법으로 세월호 특조위의 독립성과 중립성을 침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이 전 실장이 범행을 주도하고, 조 전 수석이 특조위에 대한 총괄 대응방안을 최초 지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지난달 21일 1심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이 전 실장과 조 전 수석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다수의 해수부 공무원을 동원해 1년6개월간 지속적, 조직적, 계획적으로 특조위 활동을 방해했다”며 “특조위가 사실상 조사활동을 못해 2기가 출범했고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들었으며, 국가기관 신뢰를 본질적으로 저해해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구형의 이유를 밝혔다.

‘세월호 특조위 활동 방해’ 사건은 2017년 12월 해수부의 자체 감사를 통해 수면 위로 드러났다. 당시 해수부는 “일부 공무원들이 내부 법적 검토를 무시하고 세월호 특조위의 활동기간을 축소했으며 ‘세월호 특조위 관련 현안대응 방안’ 문건을 청와대와 협의해 작성했다”고 발표하며, 이 사건을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검찰은 지난해 3월 김 전 장관과 윤 전 차관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구속기소했으며, 이후 조 전 수석, 이 전 비서실장, 안 전 수석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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