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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9.10.06 12:20 수정 : 2019.10.06 20:58

2014년 10월1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길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카카오톡 압수수색 규탄 기자회견에서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가 검찰이 정 부대표의 카카오톡 대화와 정보를 압수수색한 경과를 재구성해 발표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014년 단톡방 2천여명 정보 압수 ‘카톡 사찰’ 논란
법원 “영장에 기재된 압수물 범위 넘지 않아…”
“동의 없이 정보 제공한 카카오톡 고의·과실 없어”

2014년 10월1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길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카카오톡 압수수색 규탄 기자회견에서 정진우 노동당 부대표가 검찰이 정 부대표의 카카오톡 대화와 정보를 압수수색한 경과를 재구성해 발표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2014년 경찰은 세월호 집회 관련 수사를 하면서 카카오톡 사용자 2천여명의 개인정보를 압수했다. 수사 대상과 같은 카카오톡 단체대화방(단톡방)에 있었다는 이유였다. ‘카카오톡 사찰’ 논란 등 과잉 수사 비판이 일었고, 외국 모바일 메신저인 ‘텔레그램’ 등으로 갈아타는 ‘사이버 망명’ 열풍도 불었다. 그해 사건 당사자인 정진우 전 노동당 부대표 등 피해자 24명은 국가와 카카오를 상대로 개인정보가 유출돼 피해를 봤다며 1인당 3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5년여 만인 지난 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26단독 오민석 부장판사는 당사자 동의 없이 카카오톡 개인정보를 압수한 것은 “압수물 허용 범위를 넘어선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수사기관의 무리한 영장 집행을 두고 국가와 개인정보 제공 업체의 배상 책임을 물은 소송에서, 국가 쪽 손을 들어준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아쉬운 판단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 전 부대표는 2014년 6월 세월호 추모 집회를 연 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경찰은 발부받은 영장을 카카오 쪽에 팩스로 보내 정보를 받았다. 정 전 부대표의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뿐만 아니라 그와 같은 단톡방에 있었던 2368명의 카카오톡 아이디와 전화번호, 수발신 내용 등이 포함됐다.

소송에 참여한 원고들은 “정씨와 같은 대화방에 있었을 뿐 전혀 대화한 적이 없고, 정씨를 제외한 제3자만이 대화한 경우에도 전화번호가 압수됐다”며 과잉 수사라고 주장했다. 혐의와 무관한 이들의 사적인 대화 내용이나 사진까지 무분별하게 압수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 부장판사는 정 전 부대표와 직접 대화한 사람들 외에 제3자의 정보도 영장에 적시된 ‘압수물’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오 부장판사는 “영장의 압수물 범위를 보면, 정씨가 가입한 단체대화방의 ‘대화 상대방’에는 정씨와 이야기를 주고받기 위해 대화방에 가입한 제3자가 모두 포함된다. 정씨와 대화한 사실이 없더라도 모두 정씨와 대화하기 위한 상대방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다. 영장에는 대화 상대방의 아이디와 전화번호, 대화 일시, 수발신 내용, 그림과 사진 파일이 압수 대상으로 기재돼 있었다.

사건을 담당한 오민애 변호사(법무법인 향법)는 “당시 실시간 대화가, 당사자들이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압수됐다. 판사가 ‘대화 상대방’의 범위를 너무 넓게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손익찬 변호사(법률사무소 일과 사람)도 “압수수색 영장 범위의 적절성을 판단하기 위해 법원이 해당 영장으로 실체적 진실을 얼마나 찾아낼 수 있을지, 영장 범위가 과도한 것은 아닌지 판단했어야 한다”며 “이 문제에 대한 법원 판단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오 부장판사는 “카카오에 대한 영장 집행 과정에서 영장 원본을 제시하지 않고 팩스로 보낸 것은 적법한 영장 집행이라 볼 수 없다”며 국가가 정 전 부대표에게 1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단했다. 카카오는 배상 책임을 지지 않았다. “수사기관의 위법 행위나 권한 남용에 따라 개인정보가 제공됐다면 그 책임은 카카오가 아닌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해 정보를 제공받은 국가나 수사기관을 상대로 추궁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장예지 기자 pen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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