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0.31 16:33
수정 : 2019.10.31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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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전 서울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구조수색 적정성 조사내용 중간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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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참위, 세월호 참사 구조수색 적정성 조사내용 중간발표 현장
“조금만 빨랐어도 아이들 살 수 있었는데…”
희생자 어머니 30분 동안 소리 없이 흐느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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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전 서울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구조수색 적정성 조사내용 중간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세월호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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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18층 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 대회의실. 사참위가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현장을 기록한 영상을 틀었다. 영상을 통해 바다 위에서 발견된 단원고 학생 ㄱ씨가 맥박이 있는 상태였는데도 5시간 가까이 병원 이송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참담한 사실이 공개되자 노란 옷을 입은 10여명의 세월호 유가족은 하나둘씩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손으로, 손수건으로 눈을 꾹꾹 누르며 눈물을 막아보려 했지만, 다시 넘쳐오는 아픔과 고통은 막을 수 없었다.
사참위 중간조사 결과 발표가 끝나자 장훈 세월호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을 비롯한 몇 명의 세월호 유가족들은 바닥에 주저앉은 뒤 한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유가족들은 서로 부둥켜안고 토닥였다. 대회의실 문 쪽에는 ‘세월호 전면 재수사’라는 팻말을 든 여러 명의 시민들이 “사참위 기간이 너무 짧게 남았습니다. 조사할 건 너무 많은데 인원도 적고 할 수 있는 역량도 너무 적습니다. 제대로 조사될 수 있도록 대통령이 나서주십시오”라고 함께 외쳤다. 사참위는 지난해 12월11일 조사를 시작했고, 2020년 12월11일까지 최대 2년 동안 조사할 수 있다.
“조금만 빨랐어도 소중한 내 아들, 배 속에 있는 아이들 다 살았다고요. 부모들이 (죽음을) 대신할 수 없는 게 한스럽고 지금이라도 살리고 싶은 심정이에요.” 단원고 학생 오영석씨의 어머니 권미화씨가 울부짖으며 말했다.
그런 오열들 속에서 영상을 통해 ㄱ씨의 생존 반응을 확인하고도 결국 ㄱ씨의 잃고만 어머니 ㄴ씨는 조용하지만 참담하게, 무너져 내렸다. ㄴ씨는 사참위 조사 중간발표가 끝난 뒤 휴게실에서 다른 세월호 유족을 껴안고 30분 동안 내리 울었다. 장 위원장은 “ㄴ씨에게 오늘은 참사 당일 아이를 처음 발견했을 때가 떠오르는 힘든 날”이라며 “ㄴ씨는 쓰러지기 일보 직전인 상태로 화도 내지 않고 소리 없이 흐느꼈다”고 말했다. 장 위원장의 설명을 종합하면, ㄴ씨는 2달 전께 사참위로부터 이날 발표된 조사 결과를 미리 들었다. 당시 ㄱ씨의 아버지는 ㄱ씨의 이름이 공개되거나 사람들의 악성 댓글 등에 ㄴ씨가 상처받을 것을 우려해 결과 공개에 반대했지만, ㄴ씨는 강하게 발표하자고 말했다. ‘우리 애들이 이렇게 억울하게 죽었는데 발표하고 수사해 처벌해야겠다’는 마음다짐 때문이었다고 한다.
장 위원장은 이날 사참위 중간조사 결과에 대해 “생명이 위독한 아이를 네 번이나 이 배 저 배로 옮겨 태워가며 무려 4시간이 넘도록 시간을 끌다 병원에 도착하게 했고, 헬기는 엉뚱한 지휘부가 차지했다”며 “이건 명백히 국민의 생명을 고의로 살인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우리 부모들은 ‘아이들이 어디 하나가 없어져도 좋다. 살아만 돌아와 달라. 네가 살면 내가 죽는다’는 심정이었다”며 “그런데 아주 작은 1% 희망을 붙잡고 있던 부모들을 무참히 밟아버린 것”이라고 말했다.
권지담 기자
gonji@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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