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9.12.20 19:31
수정 : 2019.12.20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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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의 법원행정처는 <산케이신문>의 ‘세월호 7시간 의혹’ 보도와 관련한 재판에 깊숙이 개입해, 주심판사가 쓴 판결문 등을 서울지법 형사수석부장을 통해 고쳤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이 2015년 12월17일 1심 선고공판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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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대법원의 법원행정처는 <산케이신문>의 ‘세월호 7시간 의혹’ 보도와 관련한 재판에 깊숙이 개입해, 주심판사가 쓴 판결문 등을 서울지법 형사수석부장을 통해 고쳤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이 2015년 12월17일 1심 선고공판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지방법원으로 들어가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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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으로 근무하며 일선 재판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임성근 서울고법 부장판사에 검찰이 실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임 부장판사는 일부 부적절한 처신은 인정하면서도, 직권남용 법리상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송인권) 심리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받는 임성근 서울고법 부장판사의 결심 공판이 열린 가운데, 검찰은 임 부장판사에게 징역 2년의 실형을 구형했다. 검찰은 헌법에서 법관의 독립은 외부 세력으로부터의 독립뿐 아니라, 대법원장이나 법원행정처장 등 법원 내부 사법행정권자로부터의 독립도 의미한다고 짚으면서, 형사수석부장판사였던 임 부장판사가 사법행정권자로서 일선 법관의 독립을 부당하게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 재판은 무너진 국민의 기대와 사법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 그러나 법관 독립을 침해한 피고인은 법관 독립을 방패 삼아 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시는 법관의 재판상 독립이 사법행정권에 침해되지 않도록 엄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임 부장판사 쪽은 “당시 행동은 부적절했다”면서도, 형법상 죄를 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사법행정권자에게는 재판에 개입할 수 있는 직무상 권한이 없기 때문에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또한 각 재판부는 재판부 소신에 따라 판결했을 뿐, 의사 결정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임 부장판사는 7분 동안 에이포(A4) 두 장 분량의 최후진술문을 읽었다. 그는 “오로지 증거와 기록에 의해 사건을 판단해야 하는 고독하고 외로운 직무를 수행하면서, 다른 재판부에 법리를 물어 제가 주관적 오류에 빠지지 않는지 점검했고, 반대로 다른 재판부 판사들이 자신이 담당하는 사건 관련 질문을 해왔을 때 나름의 의견을 밝히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법관 독립의 원칙을 어기고 다른 재판에 간섭한다는 생각은 추호도 해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으로 가장 예민한 재판을 담당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재판 수석부장으로서 검찰, 언론, 시민단체와 정치권으로부터 법원이나 판사가 비난받는 것을 예방하거나 적절히 대처해 소신껏 재판하도록 방패막이가 돼왔다고 자부해왔다”며 “이 사건은 제 재판이기도 하지만, 판사님들의 법관으로서의 자부심과 명예에 관련된 일이기도 하다. 엄격한 증거법칙과 법리에 따라 판단해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임 부장판사는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과 관련된 기사를 썼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 재판에 개입해 재판부의 선고 요약본을 수정하게 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를 받는다. 검찰은 임 부장판사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으로부터 청와대 의중을 전달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그해 쌍용차 집회사건에 참여했다가 경찰관 팔을 잡아끌고 간 혐의로 기소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변호사의 형사재판에 개입해 양형 이유를 수정하게 하거나, 임창용·오승환 프로야구 선수의 도박 사건을 약식명령으로 종결하게 한 혐의도 받는다.
임 부장판사의 1심 선고기일은 내년 2월 14일이다. 고한솔 기자
sol@hani.co.kr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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