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 ‘진통제 투혼’ 정진화, 근대5종 값진 은메달 |
마지막 역전을 기대했지만 정진화(25·울산시청)는 2등으로 들어왔다. 달리는 그의 다리는 절룩이고 있었다. 두달 전 다친 오른쪽 정강이가 말썽이었다. 근대5종 남자 대표팀의 ‘지옥훈련’을 소화하다 뼈에 피로골절이 생겼다. 한달 전부터 통증이 심각했지만 참고 또 참았다. 그는 골인 지점을 통과하자마자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정진화는 3일 인천 드림파크근대5종경기장에서 열린 근대5종 남자 개인전에서 1443점을 기록하며 중국의 궈젠리(1451점)에 이어 은메달을 따냈다. 정진화를 비롯해 정훤호(26·대구시체육회), 황우진(24·광주시청), 이우진(22·한국체대)으로 구성된 남자 대표팀은 단체전에서 중국, 일본에 이어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아침부터 정진화는 고통에 시달렸다. 어쩔 수 없이 다리에 진통제 주사 한 방을 맞았다. 21명의 선수들과 승부를 벌이는 8시간의 대장정에서 통증을 안고 싸울 순 없었다. 펜싱과 수영을 끝낸 그는 주특기인 승마에서 장애물 1개만 쓰러뜨리며 감점 7점의 좋은 성적을 받았다. 3위로 복합경기(사격+육상)에 나서게 돼 금메달까지 바라볼 수 있었다.
통증이 심해졌다. 정강이뿐만 아니라 온 다리에 퍼졌다. 정강이와 엉덩이에 진통제 두 방을 또 맞았다. 아픈 다리에 신경이 쓰여 집중력이 흐려졌다. 결국 마지막 800m 달리기를 앞두고 사격에서 여러 차례 실수를 하고 말았다. “중국 선수를 다 따라잡았는데 아쉬워요. 저도 사람인지라 욕심을 부렸던 것 같아요. 좀더 집중했으면 더 좋은 결과가 있었을 텐데….”
단체전에선 전날 여자 경기의 정반대 상황이 벌어졌다. 한국은 펜싱·수영을 끝내고 중국에 앞선 1위였지만 승마에서 부진하며 아시안게임 3연패에 실패했다. 정훤호는 말에서 2차례 떨어지며 ‘실권’(0점)을 당했다. 공교롭게도 그가 탄 말은 전날 중국 선수 중 1명을 실권시킨 ‘올가스’였다. 최은종 대표팀 감독은 “오늘 선수들이 뭐에 씌었는지 너무 흥분하더라. 그 말을 처음 타본 것처럼 서둘렀다”고 패인을 밝혔다. 한국 선수 4명 중 3명이 전날 0점을 받은 말을 배정받는 등 운도 따르지 않았다.
인천/이재만 기자 appletr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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