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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4.26 19:54 수정 : 2015.04.27 09:56

규모 7.8의 강진이 네팔 수도 카트만두와 그 인근을 강타한 25일 카트만두의 한 주민이 무너진 빌딩 잔해 속에서 구조되고 있다. 카트만두/EPA 연합뉴스

7.8 강진에 사망자 2400명 넘어…매몰자 많아 더 늘듯
“식량보다 사람 구하는게 급해”…강한 여진 속 사활 건 구조
중국·인도도 희생자 속출…한국인 3명 부상

25일 한가로운 토요일 낮의 여유를 즐기던 네팔 수도 카트만두는 갑작스럽게 일어난 규모 7.8의 강진과 함께 곳곳에서 비명이 들리는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네팔에서 여행사를 운영하는 산지브 차파가인(35)은 26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카트만두 광장에 있었는데 갑자기 건물이 무너졌다. 경고 방송이나 대피 방송 같은 것은 없었다. 버스에 타면 흔들리는 것처럼 계속 땅이 흔들리고 있다”며 “지금 필요한 것은 식량보다는 사람을 구하는 것이다. 구조활동이 급선무다”라고 말했다. 대한산악연맹 카트만두 연락원인 앙도르지 셰르파도 이날 <한겨레>에 “길을 걷다가 갑자기 담장이 무너지면서 숨진 사람도 있고, 집에 있다가 집이 무너져 죽은 사람도 있다”며 환자들이 너무 많아 중환자만 병원 치료를 받았다”고 말했다. 셰르파는 “가족을 잃은 사람이 아주 많다. 가족이 죽었는지 살았는지조차 확인 못한 이들도 많은데 여진이 계속되고 정부에서도 움직이지 말라고 하니까 가족을 찾지도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운 상황을 전했다.

25일 네팔을 강타한 지진은 정오를 몇분 앞둔 시간(현지시각) 카트만두에서 북서쪽으로 81㎞ 떨어진 진앙지에서 규모 7.8로 일어났다. 26일 오후까지 네팔에서만 최소 2352명이 숨졌고 부상자는 5000명이 넘는다. 아직 피해 상황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못한 지역이 많아, “사망자가 4500명에 달할 수 있다”고 네팔 정보장관은 말했다. 1934년 네팔과 인도 북부 비하르주를 강타했던 규모 8.2 강진으로 1만명 이상이 숨진 이후 네팔에서 일어난 81년 만에 최악의 지진이다. 이번 지진이 워낙 강력했던데다 진앙지가 지하에서 11㎞ 얕은 곳에서 일어나 피해가 컸다. 인도와 중국 사망자까지 합치면 이번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는 이미 2200명을 넘어섰다. 26일 오후까지 한국인 3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현지에 체류중인 우리 국민 1명이 카트만두 북쪽 70㎞ 지점 어퍼트리슐리 지역에서 부상을 당한 데 이어, 카트만두 북부 랑탕 인근 샤브로베시를 여행중이던 우리 국민인 50대 부부가 낙석에 남편이 중상과 부인이 경상을 당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25일(현지시각) 규모 7.8 강진으로 큰 피해를 입은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주민들이 무너진 사원 건물 잔해를 맨손으로 들어올리며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카트만두·에베레스트/AP·EPA 연합뉴스
굿네이버스 네팔 지부는 <한겨레>에 “진원지인 고르카에 있는 마을은 50~60%가 붕괴되고 공공기관은 90%가 붕괴됐다”고 전했다. 진앙지 부근 마을인 망글룽의 주민 빔 타망은 <가디언>에 “마을이 완전히 사라져버린 것 같다. 집들은 지진으로 무너지거나 산사태로 흙 속에 묻혀 버렸다”고 말했다. 네팔 경찰인 수레시 라이는 콘크리트 더미와 강철 빔에 깔린 남성 한 명을 간신히 구조했다며 “남자는 하반신이 거의 뭉개져 있었다. 울면서 살려달라고 했다”고 말했다고 <에이피> 통신이 전했다. 강력한 여진도 계속되고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25일 강진 뒤 12차례 이상의 여진이 있었다고 밝혔다. 26일에도 규모 6.7의 강력한 여진이 일어났다. 계속되는 여진 때문에 네팔 정부는 생존자들이 집 밖에서 밤을 지새우도록 권고하고 있다. 앙도르지 셰르파는 “여진이 올 때마다 건물이 더 무너지기 때문에 사람들은 모두 밖으로 나와 잠을 자거나 밤을 지새웠다. 천막을 치고 나와 있는 사람도 있지만 길거리에서 그냥 잔 사람도 있다”고 현지의 불안한 상황을 전했다.

네팔의 히말라야 산맥 지역에 있는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산에서도 이번 지진 여파로 산사태가 일어나 등산객 등 18명 이상이 숨졌다고 <데페아>(DPA) 통신은 전했다. 지금이 에베레스트에 등반객들이 몰리는 시기인데다 베이스캠프와 에베레스트 등반로에 고립되어 있는 이들이 많을 것으로 보여 사망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지진으로 무너진 카트만두의 다라하라 9층탑. 위 사진은 무너지기 전인 2013년의 모습이고, 아래는 지진으로 무너진 직후인 25일 모습이다. 카트만두/신화 연합뉴스
네팔에서는 불도저 같은 중장비를 이용해 건물 잔해에 깔려 있는 사람들을 구조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장비가 부족하자 활톱이나 심지어는 맨손으로도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구조된 사람들이 병원들로 실려가고는 있지만, 인력과 장비가 턱없이 부족하다. 카트만두에 있는 비르병원에서는 환자들이 복도까지 들어찬 매트리스에 누워 의료진을 하염없이 기다리고 있다. 이 병원에서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는 의사는 <가디언>에 “떨어진 건물 잔해에 머리를 부딪힌 환자가 많다. 지금까지 진찰한 환자만 400명이고 이 중 최소한 50명이 숨졌다”고 말했다.

조기원 박태우 허승 최우리 손원제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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