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만두 중심부의 툰디켈 광장에는 수십동의 천막이 난민캠프를 이루고 있었다. 한 난민 가족의 아이가 지나가는 시민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카트만두/허재현 기자
|
[르포] 울부짖는 네팔
‘가장’ 아들 잃고 넋놓은 구마리
엄마의 죽음 모르는 여자아이…
구호손길 부족한 외곽은 전쟁터
82시간 만에 기적같은 구조 28일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네팔과 프랑스 구조대가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더미에 깔려 있던 청년 리시 카날을 구조하고 있다. 카날은 지진 발생 82시간 만에 구조됐다. 카트만두/AFP 연합뉴스
|
도시 곳곳에 천막·난민생활
약탈 같은 사회적 범죄 없어 박타푸르는 여전히 ‘전쟁터’
가재도구 하나라도 더 건지려
주민들 폐허속 장롱 등 꺼내 카트만두는 비통함 가득한 애도의 도시가 되었다. 25일 대지진 첫날은 충격이 워낙 커 아비규환 상태에 가까웠다면, 28일 기자가 도착한 뒤 지켜본 카트만두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 실종자 수습과 희생자 장례에 집중하고 있었다. 라디오에서는 온종일 추모 음악이 흐르고, “실종자 접수를 한다”는 아나운서의 안내 방송이 나왔다. 도시 전체가 장례식장 같은 분위기다. “에메로 초라, 에메로 초라.”(내 아들아, 내 아들아) 28일 오후 얼굴에 가죽만 남은 듯 삐쩍 마른 여성 빈차 구마리(50)가 카트만두의 힌두교 사원 파슈파티나트 화장장 앞에서 주저앉아 울고 있었다. 구마리는 이번 대지진으로 스물세살 된 아들을 잃었다. “아들이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데, 갑자기 건물이 무너졌습니다. 서둘러 밖으로 도망치는데, 그만 옆 건물이 무너져 깔렸어요. 아들은 우리 집안의 가장이었어요. 이제 우리는 무얼 먹고 살아야 할지….” 두 손을 모은 채 구마리는 재로 변해가는 젊은 아들의 주검을 바라봤다. 카트만두를 가로지르는 바그마티 강은 화장장을 끼고 있다. 카트만두 사람들은 이 강에서 화장을 하고 목욕을 한다. 아들은 이 강에서 목욕을 하지 못하고 화장을 당했다. 재가 된 그의 육신은 바그마티 강을 성스럽게 흘러갔다. 희생자 수습이 본격화하면서 파슈파티나트 화장장에는 주검이 넘쳐났다. 장례에 신경을 많이 쓰는 풍습을 가진 나라지만 이날만큼은 더러운 헝겊에 대충 몸만 가린 채 실려 오는 주검이 많았다. 밀려드는 파리 떼와 솔솔 풍겨오는 주검 썩은 내, ‘타닥타닥’ 장작 타는 소리가 황망한 통곡소리와 뒤엉켰다. 도시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무너진 건물의 잔해들을 볼 수 있다. ‘궁정’이라는 뜻의 두르바르 광장은 대지진 전만 해도 관광객이 끊이지 않던 궁터였으나 이제는 폐허처럼 변해버렸다. 폭격을 맞은 듯 벽돌이 다 무너져내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구조대원들이 헤집고 있었다. 주민들은 통제구역 밖에서 웅성거리며 구조대원의 활동 모습을 지켜봤다. 급하게 트럭에 실려 나가는 주검이 보였다. 천으로 대충 가린 주검의 발끝이 삐죽 나와 있었다. 이를 지켜본 시얌 번터(34)는 “오늘만 주검을 두번 봤다. 더이상 산 채로 나오는 사람은 없다. 조금만 더 빨리 구조대원들이 도착했다면 살릴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흙더미에 파묻힌 생존자가 살 수 있는 ‘골든타임’은 시효를 다해 간다.
29일 오전 네팔의 아라니코 고속도로는 수도 카트만두를 탈출하려는 주민들이 탄 버스와 오토바이로 가득했다. 카트만두/허재현 기자
|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