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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4.29 19:55 수정 : 2015.04.29 23:49

카트만두 무너진 건물 더미서
“포기 상태…죽을 것이라 생각”
골든타임 지난 구호현장 혼란
네팔 군·외국 구조대 공조 삐걱

28일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네팔과 프랑스 구조대가 지진으로 무너진 건물 더미에 깔려 있던 청년 리시 카날을 구조하고 있다. 카날은 지진 발생 82시간 만에 구조됐다. 카트만두/AFP 연합뉴스
28일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네팔과 프랑스 구조대가 지진 발생 82시간 만에 무너진 아파트에서 28살 남성을 구조했다. 리시 카날이라는 이름의 청년은 주검 3구와 함께 무너진 건물 더미에 깔려 있었으며, 구조작업에 5시간가량 걸렸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카날을 치료한 의사는 그가 “순전히 의지력으로 버틴 것 같다”고 말했다. 카날은 병원에서 <에이피>(AP) 통신에 “처음에는 희망을 품었지만 거의 포기상태였다. 죽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음식도 먹지 못했고 물도 마시지 못했다. 내 오줌만 마셨다”고 말했다.

카날처럼 기적처럼 구조된 이들도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네팔 지진 생존자 구조 가능성도 점점 줄어들고 있다. 구조의 골든 타임으로 불리는 재해 발생 뒤 72시간이 지나면서 건물 더미에 깔려있는 사람들이 생존할 확률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2005년 인도 카슈미르에서 지진으로 무너진 집 부엌에 2달 가까이 갇혀 있다가 구출된 사례도 있지만, 이는 매우 예외적인 경우라고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전했다. 네팔에서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는 폴란드 구호단체 관계자는 “72시간이 지나면 생존율은 극적으로 떨어진다”며 “닷새가 되면 거의 제로(0)에 가깝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보도했다. 유엔은 25~28일 나흘간 구조된 생존자는 14명뿐이라고 밝혔다. 사망자는 계속 늘어나 29일에는 5000명을 넘어섰다.

네팔 군과 외국 구조대가 구조 및 구호 활동을 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혼란이 벌어지고 있다. 카트만두에서 구조활동을 벌인 네덜란드 구조대는 “네팔 정부와의 공조는 없었다. 네팔 군이 구조활동을 할 만한 장소를 일러주지도 않았다”고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네팔 정부 또한 쏟아져 들어오는 외국 구조대에 조직적 지원을 해줄 만한 여력이 없으니, 이제 구조대는 그만 와도 된다는 뜻을 밝혔다고 <데페아>(dpa) 통신은 전했다. 네팔 내무부 재난관리 부문 책임자인 람 쿠마르 다할은 “지금 외국 구조대가 네팔에 22~24팀가량 되며 이미 충분하다. (구조활동을 하러 올 때) 계획을 마련하고 오기를 요청한다. 우리는 지금 모든 이들의 활동을 조직할 만한 여력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네팔에 제일 필요한 것은 텐트다. 그리고 식료품과 의약품이다”라고 강조했다.

정부의 구호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주민들이 불만을 드러내기도 한다고 <뉴욕 타임스>는 전했다. 카트만두 주민인 수디쉬 투라찬은 “이 텐트가 정부에서 받은 유일한 물건이다. 정부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같다”고 말했다. 신문은 구호 손길이 못 미치는 지방이 고향인 사람들은 카트만두를 떠나 가족들의 안부를 확인하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다고도 전했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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