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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5.01 20:21 수정 : 2015.05.02 10:28

네팔 박타푸르의 차타포 마을 주민들이 진흙탕이 된 골목길을 오가며 무너진 집들을 바라보고 있다.

[토요판] 커버스토리 / 네팔 엔지오 대표 기고

내 이름은 미노드 목탄이다. 1992년부터 2009년까지 한국에서 살다가 지금은 네팔로 돌아와 살고 있다. 한국인들이 우리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많이 궁금해하는 것으로 안다. 페이스북으로도 안부 메시지를 많이 받고 전화도 계속 온다. 나는 괜찮다. 다행히 우리 집은 큰 피해가 없었다. 하지만 많은 네팔 사람들이 힘든 생활을 하고 있다.

이번 지진은 내가 경험한 일 중 가장 컸다. 나의 집은 카트만두 바로 옆 랄리트푸르 시에 있다. 25일 11시57분 나는 점심밥을 먹고 있었다. 테이블이 들썩였다. 흔들리는 게 아니라, 누가 아래에서 쾅쾅 치는 것처럼 테이블이 들썩였다. 서 있을 수 없을 정도로 진동은 1분 남짓 계속됐다.

고난을 운명이라 여기는 이들
대학진학률 30%, 졸업률 5%로
교육수준 너무 낮은 형편이라
사회 시스템 부재 비판 여론 적어

자력으로 일어나기 힘든 나라
외국 도움 의존해야 하는 현실
한국의 모금운동에 깊이 감사
비가 오지만 곧 햇볕 찾아올 것

지금 네팔의 사업장은 모두 문을 닫았다. 학교도 문을 닫았고 언제 정상화될지 모른다. 곧 큰 여진이 닥친다는 헛소문도 자꾸 퍼져 사람들은 불안에 떤다. 다만 이전보다는 인터넷 연결이 나아졌고 전화도 조금씩 터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불안정하다. 지진 닷새 만인 30일부터 카트만두에는 가게 문도 조금씩 열리고 있다.

네팔의 집들은 대부분 시멘트가 아닌 흙과 벽돌을 이용해 지었다. 가난한 가정은 좁은 땅에다 4~5층까지 짓는데, 이번에 무너진 집들은 이런 곳들이 많다. 여전히 흙에 의존하는 네팔의 건축 방식, 정부 당국의 관리 부실 등이 결합해 재앙이 커졌다. 재난 시스템이 전무한 곳이 네팔이라 더욱 피해가 크다. 평소에 구급차를 불러도 잘 안 오는 곳이 네팔이다.

한국 같은 경우 수재가 일어나거나 하면 초등학교 강당에 임시대피소가 마련된다. 하지만 이 나라에는 그런 시설이 없다. 학교 교실도 제대로 된 곳이 드문데 강당 같은 곳은 꿈도 꿀 수 없다. 그래서 집을 잃은 주민들 대부분은 그냥 집 밖이나 들판 아무 데나 천막을 치고 살고 있다. 요즘은 낮에 섭씨 20도 이상 오른다. 그나마 겨울에 재난이 안 난 게 다행이다.

네팔에 정부는 있지만 별 역할을 못한다. 경제는 한국의 1970년대 수준으로 보면 된다. 정치는 그보다 더한 50년대 수준으로 보면 될 것이다. 네팔은 2007년 왕정이 무너졌다. 현재 네팔국민의회당(NC)과 마르크스레닌주의네팔공산당(CPN-UML)이 연합해 집권정당을 구성하고 있지만 아직 헌법조차 만들지 못한 상태다. 정부의 부정부패가 심하다고 국민들이 생각하는 편이다. 구호품 배분도 정치인의 고향에 집중된다는 소문이 돌 정도다.

그래도 아직 네팔에 큰 시위는 없다. 사람들은 우리가 신에게 잘못을 하며 살았기 때문에 큰 지진이 났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고난이 닥쳐도 운명이라 여기는 편이다. 하지만 젊은 사람들을 중심으로 정부가 정책을 잘못해 재난이 커지고 있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사회시스템 부재를 탓하는 여론이 적은 건 교육 수준이 낮기 때문이다. 대학진학률은 30% 정도다. 졸업률은 5% 정도로 더 떨어진다.

정부의 빈자리를 시민단체들이 메우면 좋겠지만 시민단체도 자생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기반을 거의 갖고 있지 않다. 대부분 외국 구호에 의존한다. 그래서 국민들은 주변의 아픔에 공감하면서도 어떻게 도와야 할지 생각을 못한다. 한국처럼 방송사 중심의 모금운동이 있기는 한데 규모가 작다.

네팔은 자력으로 일어나기 힘든 나라다. 그래서 외국에서 많이 도와줘야 한다. 다행히 한국에서도 많은 모금을 하고 있다고 들었다. 한국에서 구조팀도 여럿 왔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나는 한국의 ‘아름다운 가게’와 비슷한 단체를 네팔에서 운영한다. 수카와티라는 이름의 단체다. 한국말로 ‘축복의 땅’이다. 헌옷을 모아 팔고 수익금으로 빈민을 돕는다. 이번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열심히 도우려 계획하고 있다. 아직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단체라 큰 힘은 안 되지만 나름의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미노드 목탄/네팔 ‘수카와티’ 대표
지금 네팔 사람들은 공포에 많이 떨고 있다. 지진도 예전처럼 한번 오고 그냥 지나가는 게 아니라 계속 반복된다. 지방이 고향인 사람들은 카트만두를 떠나고 있다. 카트만두에서 집이 무너지면 희망을 얘기하기 어렵다. 모든 걸 잃어버린 것이다. 앞으로 어떤 길도 안 보인다.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으려 한다. 네팔 속담에 ‘비 온 뒤에 햇볕이 보인다’는 말이 있다. 지금은 비가 오지만 곧 햇볕이 찾아오길 기대한다.

미노드 목탄/네팔 ‘수카와티’ 대표

※수카와티 모금계좌는 우리은행
612-113997-18-482
(Chijman gur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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