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5.05 20:10
수정 : 2015.05.1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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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왼쪽 둘째)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오른쪽 둘째)가 2일 국회에서 여야 대표의 서명이 담긴 ‘공무원연금 개혁 및 국민연금 강화를 위한 양당 대표 합의문’을 들어 보이고 있다. 맨 왼쪽은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 맨오른쪽은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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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중반 유럽선 중요 정치의제
한국도 고령화사회 ‘이슈’ 불가피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인상을 둘러싸고 정치권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국민연금이 갖고 있는 세대간 형평성과 소득재분배 문제 등 민감한 속성이 분출되면서 유럽 등 선진국처럼 연금 정책에 따른 입장에 따라 정권의 명운이 바뀌는 이른바 ‘연금정치’가 본격화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야당 간사인 김성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5일 “복지국가 노후보장의 핵심을 ‘연금’으로 보고 있다”며 “유럽에서는 연금정책이 (정치 또는 선거)판을 뒤집는 메가톤급 이슈다. 우리도 연금정치가 본격화됐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이미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상태다. 그런데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를 보면, 노인 빈곤율이 2013년 현재 48.0%로 노인 2명 중 1명이 빈곤 상태에 놓여 있다. 노인자살률 역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를 차지한 지 오래다. 경제적 이유가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실효성 있는 노인빈곤 대책이 절실하며, 이를 위한 핵심 정책으로 공적연금 강화론이 제기된 것이다. 이와 함께 정당에서는 고령화에 따라 주요 유권자층으로 떠오른 노인층의 ‘표심’을 끌어와야 하는 정치적 이유도 무시할 수 없다.
다만 기본적으로 국민연금은 재정의 지속가능성 및 세대간 형평성 문제를 줄이기 위해 계속해서 ‘더 내고 덜 받는’ 구조 쪽으로 개편이 진행되다 보니, 가입자들의 불만과 불안이 상당하다. 여야가 합의한 ‘더 내고 더 받는’ 형식 역시 환영받기 어려운 구조다. ‘국민연금 보험료’를 사실상의 ‘증세’로 받아들이는데다, 오랜 기간 보험료를 납입해 윗세대를 부양하고, 한참 뒤에나 연금을 받게 되는 젊은 세대 입장에서는 선뜻 보험료 인상에 동의하기 어렵다. 여기에 고소득자의 국민연금 납부액으로 저소득자의 연금을 지원하는 ‘소득재분배’ 기능은 중산층 가입자들이 국민연금에 비우호적으로 돌아서는 원인이 되기도 하다.
실제로 연금이 지닌 파괴력이 정권을 교체하기도 한다. 지난 2003년 독일에선 사회민주당 정권이 재정 안정을 위해 연금액을 줄이는 형태의 연금개혁을 과감히 밀어붙였으나, 지지층인 노동자 계층이 대거 이탈해 2년 뒤 정권을 내주는 결과를 맞는 등 2000년대 중반 유럽에선 연금 문제가 가장 중요한 정치적 의제로 떠오른 바 있다. 양재진 연세대 교수(행정학)는 “연금은 시장에 의해 배분되는 것이 아니라, 세대간·소득간의 분배를 정치의 영역에서 결정하는 것”이라며 “노인과 중산층 등 연금에 민감한 ‘유권자’들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대변하는가가 향후 한국 정치에도 주요한 의제로 떠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이날 “광범위한 공론화 과정과 함께 재원 마련에 대한 심도있고 책임있는 논의가 먼저 있어야 한다”며 여야의 연금 합의를 비판했다. 그는 “불과 4개월 안에 국민연금 소득대체율 50% 인상이라는 난제를 사회적 합의로 풀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정부와 국회, 시민사회,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범국민 대타협기구’ 결성을 제안했다.
최혜정 기자
id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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