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5.1 전국노동자대회에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무대 옆 그늘에 앉아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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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야권 ② 문재인과 새정치에 부족한 것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30일 “이겼으면 더 어려워질 수 있다. 총선을 앞두고 예방주사를 맞은 거다”라고 말했다. 전략 부서의 핵심 당직자도 “이번 재보선 참패가 당에 보약이 될 것”이라고 했다. ‘4 대 0’으로 참패한 정당의 처절한 문제의식이나 절박한 위기의식은 찾기 어렵다. 오히려 일단 상황을 모면하고 보자는 얄팍함, 고비만 넘기면 어떻게든 잘될 것이란 안일함이 엿보인다. 새정치연합이 4·29 재보궐선거에 죽기살기로 치열하게 달려들었는지 의문을 자아내는 대목도 많다. 문재인 대표는 지난 2월 전당대회에서 ‘이기는 정당, 이기는 혁신’을 내걸고 당선됐다. 그랬으면 재보선 승리에 모든 걸 집중했어야 한다. 그런데 문 대표는 경선이란 ‘원칙 아닌 원칙’에 지나치게 집착하며 사실상 후보 선정을 방치하다시피 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정치평론가는 “‘유능한 경제정당’이란 구호를 내세웠으면 후보 4명 가운데 적어도 한 명은 거기에 걸맞은 후보를 공천해야 했다. 구호와 후보가 따로 놀았다. 이건 선거 전략의 기본을 무시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치를 하려면 때론 욕을 먹고 손엔 피를 묻히고 발은 진흙탕에 담가야 한다. 당내 전략통으로 꼽히는 한 인사는 “정치의 본령이 조율과 조정인데 문 대표는 공정한 관리자에 그치려 했다. 이건 원칙이란 이름으로 포장한 무책임에 가깝다”며 “결국 문 대표의 치열함과 절박함이 부족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문 대표가 법조인 티를 벗고 정치인으로 진화하지 않으면 미래가 어둡다”고 말했다. 문 대표는 이번 선거에서 답이 정해져 있는 수학 공식을 풀듯 고답적, 도식적 대처로 일관했다. 상상력의 빈곤을 드러낸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초장부터 야권연대 논의를 원천봉쇄한 점이다. 문 대표는 ‘야권연대 절대불가’를 거듭 재확인했다. 결과는 성남 중원에서 통합진보당 출신 김미희 후보의 완주로 나타났다. 새정치연합은 통합진보당 해산과 의원직 박탈의 부당성을 인정하면서도 ‘무차별적 통합진보당 때리기’에 가세했다. 원칙도 지키지 못했고 실리도 얻어내지 못한 것이다. 치열함 부족 ‘경선’ 집착 후보선정 방치…말로만 ‘이기자’상상력 빈곤 야권연대 원천봉쇄…수학 풀듯 선거 도식화
방향감 상실 ‘경제’ 외치다 ‘심판론’…미래보다 과거 연연 광주의 흉흉한 민심은 이미 심각한 경고음을 울리고 있었지만 지도부는 수수방관했다. 전당대회 직후 문재인 대표 쪽엔 천정배 의원을 사무총장 등 핵심 당직으로 앉혀 호남 민심을 추슬러야 한다는 의견이 전달됐지만 일축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도부는 천 의원이 탈당한 뒤에야 ‘배신자 낙인’을 찍기에 급급했다.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에 참석해 재보선 결과에 대해 사과하려고 마이크 앞에 서며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오른쪽은 우윤근 원내대표.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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