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5.05.04 19:44
수정 : 2015.05.19 11:53
|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오른쪽)가 4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주승용 최고위원이 “친노패권주의가 선거 참패의 원인”이라며 지도부 책임론을 제기하는 동안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
선거참패뒤 첫 공개회의서
다른 최고위원들도
선거전략 등 독단결정 성토
문재인 대표 회의 내내 굳은 표정
광주 서구을 방문해
“기득권 내려놓는 데 앞장”
4·29 재보궐선거 참패 직후 불거졌던 새정치민주연합의 ‘내부 진통’이 재점화되고 있다. 4일 선거 이후 처음 열린 공개 지도부 회의에선 주승용 최고위원이 선거 패배 원인으로 ‘친노(친노무현계) 패권주의’를 지목하며 계파 갈등 양상을 연출했다. 당내에선 당장 ‘문재인 사퇴론’으로까지 격화되지는 않겠지만, 내년 총선 공천 등을 앞두고 올가을 벌어질 정면충돌을 예고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주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 참패에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그중에 ‘친노 패권 정치’에 대한 국민의 경고라는 것이 많은 분의 지적”이라며 문재인 대표에게 다음과 같은 세가지 요구를 했다.
“문 대표가 선거 패배에 대해 어떻게 책임지겠다는 것인지 밝혀라. 물러나지 않겠다면 친노 패권정치 청산을 위한 구체적 방안을 내놔야 한다. 대선 예비주자 등이 참여하는 2017년 대선을 위한 원탁회의를 열자.”
주 최고위원은 “(이런 요구에 대한) 대표의 분명한 입장 표명이 없다면 들러리나 서는 최고위원직에 대한 미련은 없다”고 배수진까지 쳤다. 문 대표는 주 최고의원의 발언 내내 굳은 표정으로 손에 든 자료만 바라봤다.
주 최고위원의 발언은 그간 비노계 쪽에서 줄기차게 제기해 왔던 ‘당권-대권 분리론’의 연장이다. 뒤집어 보면 그 전초전인 내년 총선 공천권도 문 대표 쪽이 독점해선 안 된다는 논리다. 새정치연합의 한 당직자는 “내년 총선에서 대선 승리의 기틀을 다지기 위해선 호남과 3선 이상 다선 의원들을 새로운 인재로 과감히 교체해야 한다는 요구가 있다”며 “이에 맞서 당내 ‘소주주’(계파 수장)들이 ‘대주주’(문재인 대표)에게 자신들의 지분을 요구하는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당장 이날 최고위 비공개회의에서는 재보선 선거 전략 결정과 선거 패배 이후 대응 방식 등에서 문 대표가 독단적 리더십을 보이고 있다는 최고위원들의 성토가 이어졌다. 최고위원들 사이에선 이런 독단적 결정 배경에 ‘친노 비선조직’의 개입이 있다는 불신이 높다.
문 대표의 대답은 이날 광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나왔다. 문 대표는 이날 광주의 한 경로당에서 “(새정치연합이) 호남에서 일종의 기득권 정당처럼 인식돼온 측면이 있는데, 우리가 호남에서 그동안 누려왔던 일체의 기득권을 다 내려놓는 심정으로, 당을 뼛속부터 환골탈태해 완전히 새롭게 창당한다는 각오로 임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표의 말은 겉으로는 ‘호남에 대한 새정치연합의 기득권 포기’라는 원론적 약속이지만, 자신을 겨냥해 ‘책임론’을 제기하는 주 최고위원이 ‘호남 몫 최고위원’을 자처한다는 점에서, 정면으로 되치기를 한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특히 문 대표가 언급한 “새로운 인물 영입에 박차를 가하고”라는 말이 향후 당 운영에서 어떤 식으로 구현될지도 주목된다. 문 대표 측근인 한 핵심 당직자는 “조만간 외부에서 당의 활력을 살려줄 홍보위원장을 영입해 발표할 것”이라며 “참신한 인물 수혈을 통해 당이 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당의 구심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문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노 주류’를 ‘패권주의’로 규정한 비주류와, 이들을 역으로 ‘기득권’으로 규정하는 문 대표 쪽의 대립이 본격적인 막을 올릴 전망이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