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지역민심 등 의견 들어”
천 “새정치 쇄신하라는 덕담 건네”
문, 안철수에도 협조 당부 전화
비노 접촉…국면전환 시도 분석
4·29 재보궐선거 참패와 최고위원 사퇴 파동에 따른 당 내분 수습 과정에서 리더십 부재 논란에 휩싸인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당 안팎의 ‘비노’ 정치인들에게 손을 내밀며 국면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문재인 대표는 광주민주화운동 35주기를 맞아 광주를 방문한 17일 밤, 지난 재보궐선거에서 새정치연합에 쓰린 패배를 안긴 천정배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심야 회동을 했다. 문 대표 쪽 핵심 관계자는 18일 “광주를 방문한 김에 천 의원과 만나 지역 민심과 천 의원이 생각하는 지역 정치의 문제점에 대해 의견을 들은 것으로 안다. 천 의원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고 말했다.
천 의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문 대표와 배석자 없이 한 시간가량 회동한 사실을 인정하면서 “특별한 정치 현안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다. 이날 낮에 문 대표가 광주까지 내려와 만나자고 하니, 그 당에 오래 몸담았던 정치인으로서 굳이 만남을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천 의원은 “새정치연합이 쇄신한다면 좋은 일 아닌가. (쇄신이) 잘될 것 같지는 않지만 환골탈태하기를 바란다는 덕담을 문 대표에게 건넸다”면서도 회동 사실이 외부로 알려진 것에 대해선 불쾌감을 드러냈다. 문 대표 쪽이 천 의원과의 만남을 외부에 흘린 것은 이날 오후 광주·전남 국회의원들이 모여 문 대표 책임론을 제기하고 나선 상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당 관계자는 “광주·전남 국회의원들을 향해 ‘계속 당대표를 흔들면 천정배와 손잡고 현역 의원 교체 여론에 불을 댕길 수 있다’는 강한 메시지를 준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문 대표 쪽은 당내 경쟁자였던 안철수 의원을 향해서도 도움을 구하고 있다. 전날 당이 공식 발표한 ‘초계파 혁신기구’의 위원장을 누가 맡을 것인지에 관심이 모이는 가운데 문 대표는 최근 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안철수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협조를 당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안 의원과 가까운 수도권 재선의원은 “요청이 구체적이지 않아 혁신기구 위원장직을 제안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조만간 만남이 있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안 의원을 향한 문 대표의 접근은 당내 기득권 구조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안 의원을 ‘비노’ 진영으로부터 ‘분리 견인’해 당내 세력 구도를 문 대표 쪽에 유리한 방향으로 재편하려는 속내로 풀이된다.
이세영 기자 mona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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