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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4.24 19:30 수정 : 2015.05.21 09:48

황교안 법무부 장관이 20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있는 친박계 인사 중 국외로 출국한 이가 있는지 확인해 달라는 박지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현장에서

“법무부 장관은 검찰 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

검찰청법 제8조다. 법무부 장관은 개별 사건에 대해 일선 검사들을 지휘해선 안 되며, 검찰총장이 중간에 ‘바람막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 이 조항의 요체다. 대통령이 임명한 정무직인 법무부 장관이 수사에 개입해온 ‘정치 검찰’의 역사 때문에 들어간 조항이다.

‘성완종 리스트’ 수사를 대하는 황교안 법무부 장관의 태도는 이 법 취지와 정반대다. 그는 너무 많은 말을 쏟아내고 있다. 20일 국회에 출석한 그는 “정치권에서 오가는 불법 정치자금 전반에 대한 검토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과거부터 현재까지 문제가 있는 부분은 정치개혁 차원에서 완전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야당 정치인 7~8명의 이름이 포함된 ‘리스트’를 특별수사팀이 확보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맞장구를 치는 듯한 태도였다. 당시 특별수사팀은 이 보도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확인까지 했다.

24일치 <국민일보> 인터뷰는 점입가경이다. ‘가이드라인’이 더 구체화됐다. 그는 “(성완종 전 회장이) 2006년부터 2013년까지 7년에 걸쳐 여러 분들한테 얼마씩 준 것처럼 적혀 있다. 계좌추적이나 통화내역 추적 등을 해야 할 텐데, 거기에 8명만 이름이 나오겠냐. 수사를 하다 보면 저절로 여러 분을 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압수수색을 한다고 해도 자료가 다 섞여 있지 않나. 먼저 8명 자료만 골라서 하고, 나중에 300명 것을 하고 이런 거는 아니지 않나”라고 말했다.

구체적 사건에 대해 언급을 자제하는 전통적인 관행에서 벗어나, 수사의 대상·방향·범위까지 시시콜콜 정해준 셈이다. 더구나 이를 국회 보고나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수사 확대를 기정사실화하고 나섰다. 황 장관의 이런 모습은 검찰청법의 취지에 어긋날뿐더러 매우 이례적이다.

검사는 범죄의 단서를 발견하면 수사에 착수하도록 법에 정해져 있다. 이번 수사에서도 애초 리스트에 없던 제3의 인물이 튀어나올 수 있다. 하지만 황 장관의 발언을 보면, 이런 일반론적 상황을 말하는 것 같지만은 않다. 오히려 여당 쪽의 ‘물타기’ 시도에 적극 호응하는 것처럼 보인다. 검찰에는 ‘수사 대상을 더 찾아내 친박 실세들만 문제인 것처럼 돼 있는 상황을 반전시켜 보라’고 주문하는 것 같고, 야당에는 ‘당신들도 무사하지는 못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것으로 읽힌다. 특히 ‘리스트 8인’에 대해서만 선별적으로 수사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국회의원 정수인 300명을 언급한 것은 매우 부적절하고 위험해 보이기까지 하는 대목이다.

황 장관의 수사 외압 논란은 이번만이 아니다. 앞서 황 장관과 법무부는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에게 공직선거법을 적용하거나, 세월호 구조에 실패한 해경에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하려는 데 대해 “법리 검토를 더 해 오라”고 퇴짜를 놓는 방식으로 검찰에 사실상 외압을 가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법무부 장관이 ‘외풍’을 막기는커녕 스스로 ‘외풍’이 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치기 어려운 이유다.

노현웅 기자
마침 24일은 제52회 ‘법의 날’이었다. 황 장관은 기념식에서 “법조인들이 솔선수범해 법을 지키는 것이 법치주의의 선결조건”이라고 말했다. 국민의 눈길이 ‘성완종 리스트’에 쏠려 있는 지금 신뢰받는 수사를 위해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황 장관은 깊이 고민해봐야 한다.

노현웅 기자 golok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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