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맨 앞 뒷모습)가 9일 오후 국회에서 자신의 자료제출 미비를 문제 삼아 야당 의원들이 인사청문회를 거부해 회의가 열리지 못하는 동안 후보자석에 앉아 기다리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황교안 총리후보자 인사청문회 이틀째
“후보자 본인이 변호사로서 전관예우의 덕을 본 게 아니라면 당당하게 관련 자료를 제출하고 검증에 임하면 되는 게 아닌가.”(우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인사청문특별위원회 간사)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 둘째 날인 9일까지 황 후보자가 자료 제출을 거부하면서, 여야가 청문회를 잠시 중단하는 등 진통을 겪었다. 황 후보자는 야당이 자료제출 시한을 이날 오전 11시까지로 거듭 연기해줬음에도 불구하고 이날까지도 국회 인사청문특위가 의결한 자료(32건) 중 12건(37.5%)을 제출하지 않았다. 황 후보자 쪽에선 자신의 금융상품 거래 내역은 물론 부인과의 통장 거래 내역, 그리고 법무법인 태평양의 변호사로 재직하던 시절의 수임 내역 등을 일체 공개하지 않았다. 미제출 자료들은 대부분 후보자의 재산 형성 과정의 적법성 여부와 ‘전관예우’ 의혹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되는 것들이었다.
부인과 통장 거래내역 등 모두 12건이나…“사생활” 이유로
법무장관 업무추진비 내역 등은 “전례 없다” 핑계 들어 기피
수임 19건 상세내역 지운채 내 여야 정회거듭…“요지만 열람” 합의
황 후보자 쪽에서는 이런 자료들에 대해 ‘개인 금융 거래 및 사생활 보호’라는 사유 등을 붙여 공개를 거부했다. 특히 법무부 장관 시절 사용한 업무추진비와 특수활동비 집행 내역 등을 제출하라는 요구에 대해선 “전례가 없다”는 이유를 들기도 했다. 야당 쪽에서는 “청문회에서 모든 걸 밝히겠다던 황 후보자가 정작 검증을 위한 자료 제출을 거부하는 걸 보니 그간의 말은 곤경을 회피하기 위한 거짓에 불과했던 게 아니냐”(이언주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며 부글부글 끓었고, 총리 인준 절차를 중단(보이콧)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특히 미제출된 12개의 자료 가운데서도 이날 오후 청문회를 ‘일시 중단’ 사태로까지 몰고 간 ‘문제적’ 자료는 야당에서 ‘19금 사건’이라고 이름 붙인 19건의 수임 내역이었다. 황 후보자는 이번 청문회 때 변호사 시절 수임 내역 자료 119건 중 19건에 대해서는 ‘자문 사건’이라는 이유로 상세 내역을 모조리 지운 채 제출했다. 야당 쪽에서는 기초적인 사실조차 공개되지 않은 이 19건이 실제 자문사건인지 여부조차 불확실하다며, 이 자료를 반드시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오른쪽)가 9일 오후 국회에서 자신의 자료제출 미비를 문제 삼아 야당 의원들이 인사청문회를 거부해 회의가 열리지 못하는 동안 추경호 국무조정실장한테서 여야 협의 내용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다. 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야당이 강경하게 나온 것은 전날 청문회에서 ‘실수’로 사건 의뢰인(피의자)의 이름이 삭제되지 않은 채 제출된 수임 사건(청호나이스 회장의 횡령 사건)을 들여다본 결과, 황 후보자가 고교 동창이 대법원 주심인 사건을 맡는 등 부적절한 수임을 한 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우원식 의원은 “후보자가 맡았던 다른 사건들도 결국 전관예우의 산물일 가능성이 매우 커진 만큼, (의뢰인 이름을 포함해) 황 후보자의 사건 수임 내용을 전부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권성동 의원을 비롯한 새누리당 의원들과 황 후보자 쪽에선 19건의 자료를 공개한다고 해도, 수임일자와 처리기관, 사건명, 처리결과 등 4개 항목에 대해서만 열람해야 한다고 맞섰다. 변호사의 수임 자료를 국회에 제출하는 근거가 되는 변호사법 개정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권성동 의원은 이날 오전 청문회에서 “후보자는 변호사로서 비밀보호 의무가 있다. 비공개 전제로 각서를 써도, 열람을 전제로 그것을 보여준다고 해도 후보자가 결국 변호사법을 위반하는 것이기 때문에 응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여야는 이 문제로 청문회를 정회한 채 회의에 회의를 거듭하다 결국 이날 오후 5시께 들어 19금 사건 내역 중 의뢰인과 소속업체 등을 제외한 수임사무 요지를 비공개로 열람하기로 하면서, 오후 7시부터 청문회를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이정애 이승준 서보미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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