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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5.24 18:33 수정 : 2015.05.25 11:17

어언 세월이 흘러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6주기를 맞았다. 지난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 묘역에서는 여야 정치인 등 3천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식이 열렸다. 고인의 6주기를 맞는 오늘의 상황은 처연하다. 그가 그토록 깨려고 노력했던 냉전시대 논리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낡은 기득권 질서는 더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무엇보다 그가 몸담았고 사랑했던 야당은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로운 상황이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그 중심에는 노무현이 있다.

‘친노’라는 말이 지금처럼 야당 내부에서 뜨거운 감자로 등장한 적도 없었다. 4·29 재보궐선거 이후 격화되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의 내분은 바로 ‘친노’ 대 ‘비노’의 싸움으로 묘사된다. 심지어 ‘친노’의 반대말이 ‘호남’이 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지역구도 타파가 고인의 평생 염원이었던 것을 생각하면 참으로 어이없고 슬픈 현실이다.

애초 ‘친노’라는 말은 보수세력이 만들어낸 정치적 프레임이라는 성격이 강했다. 특권 타파 등 ‘노무현 정신’에 방점이 찍힌 게 아니라 배타성과 독선, 패거리 등의 부정적 의미를 함축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이 말은 어느 틈엔가 야권 공용어가 돼버렸다. 이른바 비노 세력은 보수의 프레임을 빌려 상대를 비판해왔고, 친노는 스스로 배타적인 패거리 정치의 이미지를 확대재생산함으로써 이 단어의 부정적 의미를 확장시켰다. 결과적으로 야권 정치인들이 모두 힘을 합쳐 고인을 욕보이고 있는 셈이다.

노 전 대통령의 6주기에 마주한 이런 참담한 현실에 대해 과연 야당 정치인들은 깊이 반성하고 있는가. 아니면 실천은 하지 않으면서 여전히 입으로만 노무현 정신을 외치고 있는가. 지금 야당 정치인들에게 절실한 과제는 ‘친노’를 계파 갈등의 뜻이 아니라 고인이 남긴 가치를 따른다는 본래의 의미로 되돌리기 위한 진지한 노력이다.

노무현 정신을 규정하는 말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쩨쩨하지 않음’이야말로 지금 시점에서 야당 정치인들이 본받아야 할 중요한 덕목이 아닐까 한다. 노 전 대통령의 정치역정은 소소하게 정치적 유불리를 따지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옳은 일이라면 스스로 낮은 곳으로 내려가 온몸을 던졌다. 그러나 지금 야당 정치인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쩨쩨하기 짝이 없다. 자기를 과감히 버리고 편협한 이해관계를 훌쩍 털어버리기보다는 쉬지 않고 정치적 주판알을 튕기기 바쁘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야당의 ‘혁신기구’가 수백번 만들어져도 혁신과 변화는 결코 일어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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